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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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나도 참 다양한 물건들을 중고로 사고 팔았다. 거래가 가능할만한 물건들을 정리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거래할 사람을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 물건도 있고, 바로 거래가 된 물건도 있었다. 그런데 거래를 하면서 거래자와 따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다. 물건 확인하고 돈 받고 바로 칼 같이 헤어졌으니까. 그리고 보통의 거래는 이렇게 이뤄진다. 거래를 위한 대화 외에 다른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주변에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선여휘 여사는 다른 사람을 만나 사연을 듣고 대화를 나눠보는게 목적인 중고거래를 한다. 재계 서열 9위로 돈 걱정 해본일 없는 그녀가 어쩌다가 중고거래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걸까?



요리사 양 과장이 아들의 핸드폰 때문에 중고거래를 하는 것을 목격한 탓이다. 서로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 거래를 한다는 것에 호기심을 잔뜩 내비친 선여사는 곧바로 중고마켓에 가입하고 사용법을 숙지한 후 첫번째 판매할 물건을 고민한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1200만원짜리 스페인 카사모사 장인이 한땀한땀 수놓아 완성한 직수입 엠보싱 커튼. 딱 봐도 고급진 커튼을 단돈 6만8천원에 내놓겠다는 그녀의 말에 양과장과 집안 살림을 담당하는 왕부장은 경악하고 만다. 그들의 만류에도 선여사는 첫번째 거래를 시도했고, 거래 희망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전용 차 롤스로이스 팬텀을 타고 길을 나선다.

중고거래를 하려고 나가면서 기사 딸린 롤스로이스라니. 거기다 물건 본래 가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 시세를 보고 값을 정하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처음엔 세상물정 모르고 철도 덜든 63세의 선여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읽으면서 그녀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중고거래로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려고 할까 싶은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아들 용재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10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었고, 딸 선정은 워커홀릭이었으며, 남편과의 사이도 좋다 할 수 있는 편이 아니라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었던 선여사에게 중고거래는 뜻밖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물건의 진짜 용도와 가치를 생각해보게 된 선여사는 자신의 물건이 진짜 필요한 곳에 쓰이는 것에 뿌듯해하고 기뻐한다. 하면 할수록 중독되는 중고거래의 세계. 선여사의 중고거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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