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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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자가 일과 육아 모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이를 책임져야 하기에 일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고,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을 터였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일하는 엄마를 이해할 터였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엄마와 딸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엄마는 자신의 커리어와 일을 더 중요시 여겨 딸의 뒷바라지는 해주되 크게 관심을 가지며 돌보지 않은, 방치형 육아를 했던 모양이다. 딸 입장에선 애정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결국 그 감정은 미움으로 고정되고 말았으니 썩 좋은 편은 아닌 둘의 관계가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딸의 마음을 상하게 만든건 방치형 육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열심히 일을 했어야 했던 엄마 곽문영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드라마계의 스타 작가가 되었고, 곽용호는 엄마의 딸이라는 이유로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의 기대와 실망 속에 비교당하는 삶을 살아야 했기에 상처가 쌓이고 쌓여 미움의 크기를 더 키운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딸의 마음을 엄마는 절대 보듬어주지도, 살펴주지도 않았으니까. 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나왔다는 이유로 딸의 이름을 용호로 지은 문영은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그저 표현할 줄 모르고, 앞만 보고 살다보니 어느새 멀어져 있는는 딸과의 사이를 좁힐 방법을 몰랐을 뿐, 여느 엄마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거라 믿고 싶다.



29살. 공부는 그냥저냥, 성격이 썩 밝은 편도 아니고 외모에도 자신이 없는, 독특한 이름 외에 커리어라 할만한 것도, 별다른 재능도 없이 나이만 먹은 백수. 돈을 넉넉하게 버는 엄마 덕분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독립을 할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문영의 딸 용호였다. 그런데 문영이 갑자기 좀 달라진다. 필요할 때는 관심도 주지 않아놓고, 이제와서 왜 이러는걸까? 그래놓고 얼마 뒤에 새 드라마 계약까지 해놓고 사라져버린 엄마를 용호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갑작스레 엄마의 대타가 되어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엄마의 행방도 알아봐야 했던 용호는 엄마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게 된다.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았던 임신. 가족이라기엔 기댈 수 없었던 부모와 형제. 문영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끝내... 모든 것을 놓아야 했을 문영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녀의 육아 방식엔 분명 문제가 있었다. 미혼모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일임을 감안해도 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은 너무 부족했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나, 나는 그 이유가 크게 납득되지는 않았다. 용호는 결국 엄마를 이해해줬지만, 그런 용호가 나는 짠하기만 했다. 참 술술 잘 읽혔던 소설이다. 나름의 반전들이 주는 묘미가 있었으나, 마지막으로 갈수록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잔잔한 이야기가 생각날 때 읽는다면 괜찮은 선택일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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