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가 된 죽음
샐리 니콜스 지음, 줄리아 사르다 그림, 이상희 옮김, 그림 형제 원작 / 베틀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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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의 이야기 중 하나인 '대부가 된 죽음'이 화려한 그림들과 함께 새롭게 탄생했다. 이 이야기는 전에도 몇번 읽어본 이야기다. 그런데 이 동화책을 읽는 내내 읽어본 이야기라는 사실을 생각 못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다. 동화는 참 신기한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어도 지루한 법이 없고, 조금만 달라져도 새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동화를 아예 새롭게 현대식 혹은 여러 장르로 재탄생 시켜도 재미있으니 말이다. 원래 동화를 좋아하는터라 자주 읽는 편인데, 이번 이야기도 그림형제의 동화고 새롭게 탄생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어부에게 13번째 아이가 태어나 아이의 대부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가장 처음 만난 이에게 부탁을 하려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는 가난한 어부가 가장 정직한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길을 나서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부가 처음으로 만난 이는 바로 하느님이었다. 남녀노소 모든 이를 공평하게 대하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사람임을 어필했던 하느님. 하지만, 너무나 가난했던 어부에게 하느님은 정직한 이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부유해서 춥고 배고픔을 모르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가난해서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살아가는게 공평할리가 없지 않은가. 어부는 하느님을 거절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두번째로 만난 이는 악마. 어부는 가난했을 뿐 멍청이는 아니었기에 모든 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악마의 달콤한 제안 역시 거절한다. 그리고 세번째로 만난 이가 바로 데스, 죽음의 신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음을 가져다주는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이라 말하는 데스를 어부는 아이의 대부로 선택한다. 아이의 대부가 된 데스는 어부에게 의사가 되어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방법이란 아픈 사람의 방에 들어가서 데스가 침대 발치에 서 있다면 회복을 할 수 있으니 그가 건네준 주스를 마시게 하면 되고 침대 머리맡에 서 있다면 죽음을 알리면 되는 거였다. 그렇게 어부의 삶은 달라진다. 왕이 병이 들기 전까지.

죽음의 신을 아이의 대부로 삼고 큰 부자가 되었음에도 욕심을 부렸던 어부. 자신이 아들을 위해 가장 정직한 이를 찾아 헤맸을 때를 잊은 모양이다. 약속을 어기고, 정직함을 잊은 어부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오직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모습은 끝내 탐욕에 무릎을 꿇은 자의 마지막 발악이었을 뿐이었다. 가난했을 때는 정직함을 제일로 삼은 듯 하더니, 부유해지니 더 큰 욕심을 부렸던 어부의 모습, 익숙하지 않은가? 우리 스스로 더 큰 욕심을 내고 있는게 있는건 아닐지, 어부처럼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건 아닐지 깊이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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