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상조 회사 - 청년 탐정들의 장례지도사 생활 속으로 한국추리문학선 1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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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집사'라는 드라마가 딱 떠올랐던 소설 한권을 만났다. 드라마처럼 혼령이 보이고 하는 그런 SF가 가미된게 아니라 장례지도사가 장례를 진행하는 과정, 그리고 상주들의 사연들이 먹먹하게 가슴을 울리는 소설이다. 얇은 두께의 책이고, 가독성이 좋았음에도 이상하게 이 책은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그간 몇차례 겪었던 장례식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특히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의 상황이 생각이 났다. 정말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다들 경황이 없었다. 그때 가전제품을 구입하면서 할인을 받으려고 가입했던 상조가 생각났고 연락을 해서 이용을 했었다. 그뒤로 신랑이 대부분의 일들을 처리했기에 많은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당시 아이들이 워낙 어려서 장례식장과 집을 오고가야 했기에 전반적인 부분을 신경쓰지 못했었다.

그래도 장례식장에 갈때마다 한켠에 묵묵히 앉아 계시던 장례지도사분은 기억한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거나 필요해 보이는 일이 생기면 바로 처리해 주셨던 것으로 안다. 근데 장례식장과 집을 오고가며 손님맞이 하랴, 아이들 케어하랴 정신없는 와중에 잠도 잘 못자서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던 상태라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해주셨는지 어떤 도움을 받았던건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아마 대부분의 일처리를 신랑과 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인사 한번 못드렸던게 이제서야 생각난다. 3일장을 치루는 내내 함께 하며 신경써주셨을텐데, 왜 항상 뒤늦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생각나는걸까.



이 부분을 보면서 나도 여러번 의아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빠의 제사상을 차릴 때, 처음엔 배치가 참 어려웠다.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신대다 그전 제사상 경험도 양가 모두 할머니댁에서 절하고 음식을 먹은게 다였기 때문에 직접 제사상 배치를 하려니 여간 어려웠던게 아니다. 그래서 정보를 찾아서 보면서 배치를 하고는 했는데, 그때 홍동백서와 조율이시 때문에 어떤 것이 맞나 고민했던 기억이 몇번 있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대부분 조율이시로 차례상을 차리곤 했던 기억이 이 부분에서 떠올랐다. 결혼을 하고 양가 모두 제사상을 차리지 않은지 몇년 되었다. 내 아이들에게 물려줄 생각도 없고, 앞으로도 제사상을 차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 기억은 아마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도,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도 다 다르다. 때문에 보이는 걸로 판단을 해서는 안되지만, 대부분 그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는 한다. 나도 처음에 읽으면서 아내를 오해했다. 아픈 남편을 두고 취미생활을 가진 것까지는 솔직히 이해가 되었다. 왜냐하면 하루종일 아픈 사람 곁에서 같이 시들어가는게 어떤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 아버님의 투병생활이 이어졌을 때, 우리 가족 모두가 그랬으니까. 어디를 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죄가 되는 것 같은 느낌, 그게 어떤 심정인지를 알기에 그녀의 취미생활이 오히려 그녀를 살게 했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너무 가깝게 지내는 듯한 남성의 등장에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내를 보니.. 또 이해가 되긴 했다. 그리고 남편만을 위한 공연.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생소한 장소에서 한사람만을 위한 공연을 해야하는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동호회 회원들 모두 한마음으로 참여해준게 정말 멋있었다.



수의를 지을 때도 금기사항이 있구나.. 신기했다. 요즘이야 직접 수의를 짓는게 아니라 기성복처럼 나와있는 것을 구입하는게 대부분이니 생소하기도 했다. 그리고 반려동물도 장례지도사가 진행을 해주는구나 싶어 놀라기도 했다. '쪼꼬'를 보내줄 때.. 참 경황없이 보내줬는데.. 장례지도사가 있었다면 좀더 체계적으로 보내줄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떠나보내는 일은 그리 경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나는 두번의 경험을 해야만 한다. 내게는 반려견이 두녀석이나 있으니까.. 다가오는 2024년이 4월이 되면 9살이 되는 녀석들.. 아직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보게 되면 벌써 마음 한켠은 두려움으로 가득찬다. 생각만해도 눈물이 차오르니 다가올 미래가 무섭기도 하다.

'일당백집사'에서도 주인공 장례지도사 백동주에게 아이가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고, 그녀에게 받은 것들을 버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소설에서는 검안의 노배인이 맞선남에게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시신을 다루는 손'이라며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책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실제로 장례지도사나 검안의 등 시신을 다루는 일을 하는 분들이 대체로 겪는 일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참 못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옛 우리 장례 문화는 어르신을 잘 보내드리고, 새로 태어나는 집안의 가장을 축하하면서 마을에 안녕과 풍요를 비는, 한 생명을 고이 보내드리고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추모행사였다고 한다. 장례란 잘 보내드려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새로운 가장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던 부분이라 놀랐다. 한번씩 이렇게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면 매번 놀라게 되는 것 같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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