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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평점 :

비가 오는 어느 날, 친구를 기다리던 은후는 왠 까마귀가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에 쫓아내려 아빠의 유품인 거울을 꺼냈다가 오히려 거울을 까마귀에게 뺏기게 된다. 거울을 낚아채서 날아가는 까마귀를 쫓아간 은후는 낡은 창고 안으로 들어간 까마귀에게 '거울을 돌려주면 뭐든 할게.'라는 말을 하고 까마귀를 잡으려다가 오히려 손을 다친채 그곳에 있던 거울에 세게 부딪힌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분명 들었다고 생각하고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눈앞의 풍경은 낡은 창고가 아니었다. 은후는 도선생과 알바생 미나가 일하고 있는 '보름달 안과'라는 곳에 도착해 있었다. 도선생에게서 자신이 까마귀 '사라'와 '피의 맹세'를 했고, 이곳에서 3개월을 일하면 거울을 돌려받을 수 있을거라는 얘기에 홀린듯이 아르바이트 계약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주인공이 '보름달 안과'에 도착한 일련의 사건도, 그곳에서 적응을 해가는 과정도 지루할 틈없이 흘러간다. 거울 안 쪽의 또 다른 세상인 '보름달 안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린 사람들에게 가장 내밀한 욕망을 포기하는 대신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포기하지 못했다. 눈이 멀거나 곧 목숨을 잃게된다 해도 욕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욕망을 지키고자 사람들은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미친듯이 다이어트에 매진했던 여자의 사연만 해도, '다이어트를 위해 한 모든 노력과 결과'를 주면 시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음에도 여자는 그동안의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를 절대 포기하지 못했다. 한번 해봤으니 시력을 되찾고 다시 노력해보면 되는 일 아닌가..? 다시 힘든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그래도 시력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지 않나? 다시없을 기회를 얻었음에도 걷어차버린 그녀의 이야기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이 방문을 하는 '보름달 안과'에 조금 특별한 손님이 찾아오게 된다. 보통 새소년이 손님을 데려오곤 하지만, 이번 손님은 은후에 의해 오게 되었다. 강시우. 그는 은후가 매일 낡은 창고에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고 은후에게 그녀가 가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요청하면서 '보름달 안과'를 방문하게 된 거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시우는 블러디 문(달의 표면에 피가 고여서 생기는 증상) 때문에 시력이 떨어지고 있었고, 치료가 시급한 환자였다. 일반적인 안과에선 치료할 수 없는, '보름달 안과'였기에 진단을 하고 치료가 가능한 증상이랄까..?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단 18시간. 그런데 하필 치료에 필요한 재료 중 '푸른 꽃줄기'는 바사의 약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였다. 당장 도선생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은후와 미나는 고민을 하고, 도선생이라면 자신을 찾아온 환자를 절대 외면할리 없다는 생각에 위험을 감수하고 바사의 약국을 가보기로 한다.
신비로운 세상의 판타스틱한 스토리는 분명 매력있었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그 매력을 더한다. 은후와 아빠의 사연, 도선생과 미나의 사연을 풀어내면서 막을 내린 이야기는 아련한 여운을 남긴다. 차가운 겨울 조용한 저녁,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