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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이주영 지음 / 오늘산책 / 2023년 11월
평점 :

지금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의료는 처참할 정도로 의료진이 부족하다.
많은 소아전문의가 소아과를 떠났고, 소아과 지원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출산률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면 그게 더 문제가 아닐까?
출산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도 부족해서 난리인데 정부는 출산을 권하기만 한다.
정말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부족하며, 어떤 부분에 지원을 해야할지 모르는 걸까?
내가 어릴때만 해도, 아니 첫째가 어릴때만해도 병원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고나니 아이 감기 진료를 보려해도 아침 7시부터
줄을 서서 진료 예약을 해야했다.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을 꼬박 기다려서
현장 예약을 해야 그날 저녁에라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열이나도, 아이가 많이 아파도 제때 진료를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 되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터라 지금의 의료붕괴가 여간 걱정스러운게 아니다.
이런 현실에 살고 있기에 소아응급실 교수가 썼다는 이 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의 유전병을 아이에게 물려주게 되었다면, 죄책감과 미안함이 가장 먼저 들 것 같다.
그런데 이주영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맞다.
죄인처럼 행동한다면 아이는 어떤 일이든 부모에게 책임을 넘기고 병을 대하는 태도도
불만과 불평만 가득하며 누군가를 탓함으로서 그 상황을 넘기려고만 들거였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게 이런 부분에서도 티가 나는 거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누가~'와 '엄마가 미안해'를 왔다갔다 했던 것 같다.
그냥 말이 그랬을 뿐 '누가~'를 할때도 의사나 간호사를 가르킨 적은 없었다.
대체로 나를 탓하곤 했다. 아이가 아프면 왜 그렇게 미안하던지..
그날 무엇을 잘못 먹인건지, 외출할때 옷을 덜 입혔던건지 혹은 많이 입혔던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되새기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것 같다.
전에 다른 책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본 적이 있다. 어떤 책인지,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비슷한 내용이었던 건 기억한다.
그런데 예전엔 선생님들에게 '때찌'하는 시늉을 하는 엄마나 할머니를
많이 봤었는데, 최근 본 기억은 없다. 많이 나아진건지 내가 못 본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사실이 많이 알려져 나아진거라 생각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이런 부분도 알려줘야 한다는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생각해보니 응급처치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부분인데 왜 생각을 못했을까?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부터 하나씩 가르쳐야겠다.


나도 보호자지만, 요즘 보호자들 정말 진상이 많다는건 나도 인정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요구하는 부모들의 사례를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작은 것에도 고소 고발이 난무한다는 요즘이니
의료 현장은 얼마나 전쟁일까. 전에 어떤 책인지, 신문 사설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즘 부모들은 어설프게 인터넷으로 지식을 배우고는
의사의 권한인 처방까지 간섭을 한다고 했다. '이런 약을 처방해주세요',
'이런 약은 빼주세요' 라며 의사를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단다.
그 이야기를 보고 참 기가 막혔다. 내가 혹은 내 아이가 어떤 약에
이상반응이 있는 경우라면 그 부분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본인이 의료진도 아니면서 스스로 처방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의료진도 부모도 한발자국 양보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부딪히면 손해를 보는건 결국 아이가 아닌가.
본인의 진상짓으로 의료진이 의료 현장을 떠날 수 있음을,
그로인해 내 아이들이 응급상황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부모들은 깊이 생각하고 의료진을 존중해야 한다.
의료진 역시 바쁜 현장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타들어가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이 의료붕괴는 지금껏 쌓여왔던 많은 분노와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제라도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병원과 의사가 함께 해결하게 하는 제도,
그리고 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사고가 나면 대부분 의사 한사람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대체로 병원은 나몰라라 의사에게 일을 미루거나 덮으려 한다고 말이다.)
부모가 안심하고 언제라도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아픈 아이가 뺑뺑이 돌다가 숨지는 사고는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환자를 거부하는 일 또한 더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큰일이다. 원하는 진료를 받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이라는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이정도로 붕괴되었다는게
믿고 싶지 않다. 다시 회복할 수는 있는게 맞는걸까?
출산률부터 의료붕괴까지.. 지금 여러모로 위기에 직면한게 맞는 것 같다.



경찰도, 의사도..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한 일들을 현장에서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알고싶지 않지만, 알아야 하는..
알게되는 그런 일들을 말이다. 학대, 성폭행, 자살.....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라니. 속이 문드러진다.
코로나 이후 더 심해진거라 생각되는건 나 뿐일까?
의사가 쓴 당직 일지다보니 현장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지금 의료 현장이 어떤 상황인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현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빨리 의료 현장이 예전처럼
많은 의사들로 북적이게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의사들이 많아져서 의료 공백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 책키라웃과 오늘산책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