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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님의 완벽한 복수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7
강엄고아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1월
평점 :

공평하게 받은 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신당이 나타났다! 피해자의 '한'을 풀어주고 넋을 위로하며 철저한 뒷조사와 약간의 사기 행각으로 가해자의 악행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착하게 해결해 냈던, 그동안 읽어왔던 대부분의 한풀이 소설과는 다른 주인공의 등장이라 줄거리를 읽어보자마자 찜했던 소설이다. 얇은 두께의 소설이라 읽기 시작하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꽤나 과감하고 통쾌하게 복수를 감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속이 시원했고, 다른 한편으론 피해자의 억울함을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는 법과 행정처리에 분노가 치밀었다. 소설에서도 그려냈지만, 약한 법 때문에 제대로 처벌을 받는 가해자들이 너무 많다. 피해자들이 만족할만한, 납득할만한 처벌을 받은 가해자가 있기는 할까? 평생 장애를 얻었거나 사망을 하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하는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처벌이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형량이 나온 일은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저지른 죄만큼 되돌려줄 수 있는 법이 생기는건 안되는 거겠지?

퇴마를 전문으로 하는 신당 '명당'의 퇴마사 명, 그녀를 보조하며 신당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주하, 본원에 근무하고 있는 경찰이자 명의 친오빠인 민, 명을 도와 '귀신 손님'을 데려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귀신 막순, 여러 사건들의 연결고리에 명이 있음을 알고 그녀를 의심하게 되는 형사 경욱과 규영. 주요 등장인물은 이렇다. 명은 막순이 데려오는 귀신 손님들이 직접 복수를 하고 한을 풀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귀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복수를 돕는 명은 귀신들이 한을 풀 때마다 죽어 마땅한 인물이라하나 살인을 돕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귀신들이 엉뚱한 이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복잡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그럼에도 귀신들이 한을 풀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법이 가해자들을 제대로 처벌해주지 않고, 피해자들만 억울하게 생떼같은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녀 자신이 범죄 피해자였기에 귀신들의 분한 마음을 십분 이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록 그녀 자신은 복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다른 이들은 속 시원한 복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다.

하지만 명의 오빠 민은 자꾸만 위험을 자처하는 동생이 불안하기만 했다. 사건을 맡는 횟수를 제한하고, 최대한 이 일에서 손을 떼도록 설득 해보지만 쉽지 않았다. 이런 명 때문에 경찰이 되었던 거였다. 사건에 필요한 조사들을 자신의 권한이 허락하는 선에서 해주며 명을 돕는 한편, 명이 지나치게 사건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이 민의 최선이었다. 민은 명의 방식이 잘못된거라 생각하고 있다.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게 옳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명을 돕는건 명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고, 범죄 피해자의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명은 귀신들을 돕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사건 때문에 경찰의 눈에 띄게 되었고, 결정적으로 귀신의 복수로 죽은 가해자가 세상에는 착한 사람으로 알려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이 왜 세상에는 착한 사람으로 기억된단 말인가. 이에 명은 자신이 귀신들의 복수를 돕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그간 오빠 민이 해왔던 이야기들, 또 다른 경찰 경욱과 규영이 하는 얘기들을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을 죽이고도 자신의 잘못은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들이 착한 사람으로 알려져서는 안되는거니까.
읽으면서 분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정말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 안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그놈의 증거! 증거가 없으면 죄를 지어도 처벌을 할 수가 없다. 또 살인죄로 잡힌다 해도 이상하게 항소가 이어져 재판이 거듭될수록 형량은 말도 안되게 낮아졌다. 현실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기에 귀신들의 복수가 되려 정당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귀신들도 복수의 대상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이미 복수의 대상이 없어져 복수할 길이 사라졌을 때 엉뚱한 이에게 화풀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불안한 요소이긴 하다. 이런 위험 요소에도 귀신들의 복수를 응원하고 싶은건, 내가 봐도 세상은 피해자보다 가해자한테 유리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받은 만큼 줄 수 있는 복수가 통쾌한 일이 없도록, 점점더 악랄해지고 교묘해지며 잔혹해지는 범죄들을 봐서라도 법이 독하게 강화되어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법과 처벌을 무서워 할 수 있도록, 법이 권력에 굴복하는 일이 없도록, 항소가 이어질수록 형량이 낮아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높아지는 일이 많도록,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이 아니라 피해자와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외국인도 예외없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법이 시행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꼭 풀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