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불량 추억 단비어린이 문학
장세련 지음, 시은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의 사춘기 시절은 어땠을까.. 엄마의 사춘기 시절은 또 어땠을까. 책 속 재우의 아빠처럼 특별한 사춘기를 겪진 않았을까? 동화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가장 많이 알고 가까워야 할 내 부모님에 대해 모르는 일이 많다는걸 여러번 깨닫게 되고는 한다. 그런데 또 내 사춘기는 어땠더라.. 왜 내 사춘기 시절도 기억이 잘 안나지? 혹시 부모님도 기억을 못해서 말해준적이 없는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문득 든다. 암튼, 고슴도치처럼 온 몸에 삐쭉삐쭉한 털을 바짝 세운 것 같은 재우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다가올 내 아이들의 사춘기가 무척 걱정되기 시작했다.

전에 육아 관련 동영상 중에서 사춘기가 없는 아이보다 있는 아이가, 심한 사춘기를 겪는 아이면 아이일수록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던가? 끊임없이 스스로와 세상을 향해 물음표를 던지고, 고민하고, 탐구하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는게 사춘기라고 했던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얘기했던 것 같다. 사춘기가 보통 몇살부터 시작이더라.. 슬기롭게 사춘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할까? 남아 사춘기, 여아 사춘기는 또 다르다고 하던데. 열심히 자료들을 찾아보고 미리 대비를 좀 해야겠다. 재우의 부모님은 한창 반항기에 접어든 아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가기로 한다. 휴가지는 아빠의 초이스. 도착한 곳은 왠 숲 속. 대체 여긴 어디지?

뜻밖의 곳에 도착한 가족은 허름한 한 할아버지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게 되었고, 전기도 없고 TV도 없는 숲 속에 갇힌 재우는 또 불만이 터지고 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있어보니 생각보다 지낼만 했다. 무엇보다 아빠의 어린시절을 알게 되서 좋았던 재우. 모범생인 아빠가 사실은 가출소년이었다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이야기란 말인가. 덕분에 재우는 자신과 다른 것 같았던 아빠와 좀더 가까워졌고, 심술이 가득했던 마음도 좀 풀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재우의 아빠처럼 현명하게 내 아이들의 사춘기를 다독일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되었다. 내 안에 숨겨진 마녀, 툭하면 튀어나와 매 분마다 소리지르게 만드는 분노조절장애가 나오지만 않으면 그래도 잘 넘길 수 있지 않을려나. 내 안의 화를 끄집어내는 육아란. 휴. 암튼, 앞으로 다가올 시기를 상상하며 읽었더니 걱정만 한가득이다. 현명하게 잘 풀어낸 재우 아빠가 너무 부러웠던 동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