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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내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 - 버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보건소 심리상담실,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김계현 지음 / 마음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어딘가 아플 때 전문병원을 찾아가는 것, 참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마음이 아플때, 정신적으로 힘들때에는 보통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심리상담사, 정신건강전문의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상하게 정신적, 심리적 관련 병원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먼저 든다. '정신과 치료' 이력에 대한 걱정과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병원 방문을 꺼리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주위에서도 다른 병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는 들어도 정신과 관련한 상담 혹은 병원을 다녀왔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다녀왔어도 보통은 숨기듯 말하길 꺼린다. 왜 아니겠는가. 아마 나였어도 말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상담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정신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여러 압박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같은 때엔 병원의 문턱이 낮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끙끙 앓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더 큰 문제를 만들거나 혹은 묻지마 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있지 않은가. 외국에서는 흔하고 편하게 상담을 받는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상담을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것을 주변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처럼 주변에서도 당연하게 여길만큼, 감기로 병원을 찾듯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 몇년, 나에게도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있고, 상처받은 일도 있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지치게 하는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연히 산책을 다니다가 심리상담소를 발견하고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책의 많은 내담자들처럼 '상담을 한들 해결되는 일이 아닌데 뭐하러?', '내가 진짜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기는 할까?' 등 여러 생각으로 상담은 끝내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난 지금도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거리감이 확 줄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신건강 역시 몸이 아플 때와 마찬가지로 보듬고 돌봐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또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심리상담의 문턱은 내 스스로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는 그 문턱, 열심히 허물어봐야겠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