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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행복하게 - 32마리 개, 7마리 고양이, 숲속 수의사 이야기
손서영 지음 / 린틴틴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책 소개글을 봤을 때는, 긴가민가 했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펼쳐보니 확실해졌다. 전에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보게된 동물극장 단짝의 그 수의사님!! 그분의 책이었다. 세상에. 너무 반가웠다. 바로 읽어보고 싶었지만, 다른 책들 그리고 육아에 밀려서 어제 늦은 저녁에서야 집어들 수 있었다. 갑자기 잡힌 아이 특강 시간을 대기하는 동안, 가지고 갔던 책을 펼쳤다.

단짝에서도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였던 수의사님. 유학파에 고스펙의 능력자로 어쩌면 높은 연봉과 능력있고 인기많고 유명한 수의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삶을 뒤로하고 32마리의 강아지, 7마리의 고양이들과의 삶을 선택한 그녀의 결정이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그녀의 결정은 옳았다. 그녀의 삶은 바쁘고 정신없지만 행복으로 가득했다. 아마 단짝을 보면 그녀의 삶이 얼마나 반짝반짝한 행복으로 가득한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상으로 보았던 그녀의 일상과 강아지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서 나도 같이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동물의 권리, 복지. 이번 기회에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었다. 수많은 학대가 일어나고 있지만, 처벌 수준은 현저히 낮은 지금의 현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화가났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체계화 되어야 하며 처벌 수위 또한 높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동물에게 진심인지 느낄 수 있었다.

동물 병원비는 진심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동네 동물병원인데도 똑같은 증상에 비용은 각 동물병원마다 다르고, 가벼운 증상이어도 꽤 높은 금액이 측정되고는 한다. 때문에 병원비가 부담이 되는건 사실이다. 수술이라도 하게되면, 특히 반려동물의 크기가 클수록 비용부담은 더 커진다. 우리집의 경우 중형견이다보니 소형견을 키웠을 때보다 확실히 비용은 두배 이상이다. 현재 한 아이가 피부병, 고관절, 슬개골 때문에 자주 병원을 다니다보니 더 확실이 와 닿는다. 반려견 두 마리를 입양했을 때부터 따로 적금 형식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어서 당장은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혹시 수술이라도 하게되면 지금까지 모아진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게 될 예정이라 조금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쩔땐 내가 수의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 내 반려동물들이 아플 때도 걱정없이 치료해주고, 아픈 동물들을 도와줄 수도 있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하다못해 돈이라도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안락사, 들개, 보호소마다 넘쳐나는 동물들에 대한 소식을 볼때면 하곤 한다.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가 병원비를 낮추는 거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늘어나는 반려인구의 속도보다 정책이나 인식개선은 참 더디다. 이런 문제, 그리고 시골에서의 병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음을 알고 있는 수의사님은 비용을 낮춰 합리적인 비용으로 병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애를 썼고, 그녀의 이런 노력은 서서히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녀가 있는 시골 마을의 동물들은 얼마나 좋을까.

개구쟁이 소복이의 사진을 보고 빵 터졌다. 처음부터 개방형 문이 아닌, 소복이의 시작으로 개방형으로 만들어진거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또 그냥 두고 아이들이 들락달락하게 놔둔 수의사님도 대단하다. 나였으면 저런 문의 상태를 지켜보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집 댕냥이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하루 두번의 산책은 자연에서 하고, 사료는 간식처럼 밥은 수의사님이 준비해주는 맛있는 걸로 먹고, 같이 뛰어놀 친구들과 넓은 마당이 있고, 아파도 걱정없고, 무엇보다 말썽을 피워도 너그러이 넘기는 넘치는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으니 말이다.

와, 나랑 같은 생각을 하시다니. 나도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집에 와서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게 맞는지 묻고 싶을 때가 많다. 다른집처럼 여행을 데려가지도 못하고, 다이어트 시킨다고 먹는 것도 제한하고, 그저 아침저녁 동네 산책이 다인 우리집 두 녀석은의 감정은 어떨지.. 항상 궁금하다.

수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 실습.. 멀쩡한 강아지가 실험, 실습견으로 투입이 된다는 것.. 아픔을 겪고 죽임을 당한다는 것.. 대체로 비글이라는 것...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글로 보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공부한 것을 직접 확인하고 해보는 것, 당연히 필요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그게 꼭 살아있는 멀쩡한 강아지여야만 하는 걸까? 대체할 방법이 정말 있기는 할까? 아.. 모르겠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뚜렷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참 어려운 문제같다. 부디 앞으로의 미래는 좀더 나은 방법으로 실험, 실습견들이 해방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단짝으로 봤던 수의사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 좋았고, 인상깊게 봤던 장면들이 책을 읽을 때 종종 떠올라서 더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때의 영상 속 강아지들을 사진으로 만나서 좋았고, 영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좀더 깊은 이야기들을 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널리 전파되어 더 많은 동물이 행복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