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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의 무게 ㅣ 마음틴틴 16
이송현 지음 / 마음이음 / 2023년 9월
평점 :

몽글몽글 귀여운 청춘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듯한 이야기를 만났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 아들만해도 유치원을 다니더니 좋아하는 아이가 생기고 언제 결혼하고 아이를 몇명이나 낳을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한다. 언제는 엄마랑 살거라더니. 이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 또 누구를 좋아하게 될까? 책 속의 아이들처럼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하며 또 성장을 하겠지? 왠지 아직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중3, 16살. 태윤과 다빈, 동우와 채령, 서율과 선후, 승규와 규리, 태기와 보나. 오랜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기도 하고, 잠시 멈춤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연스레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여중을 나와 남자얘들과 접점이 아예 없었던 탓도 있긴 하지만, 그런 연애 쪽에 참 무딘 아이였다. 딱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쪽에 정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그저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책방을 들락거리며 실컷 책만 읽어댔던.. 어찌보면 참 재미없는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참 신기한 아이였던 것 같다. 그랬기에 빠른 요즘 아이들의 연애가 신기하면서 재미있다.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책 속의 아이들처럼 순수하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예쁜 추억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만 할 수 있는 풋풋한 사랑이지 않은가. 그런데 사랑을 하려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미래나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직접 표현해야 한다는건 똑같은 것 같다.
부족한 대화, 표현 탓에 연인 사이에 다툼이 생기고, 아이들 주변 어른들의 사랑에도 이상기후가 발생하니 말이다. 서로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억지로 끼어맞춘들 한 사람이 계속 희생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없으니 말이다. 꽤나 진지한 아이들의 풋사랑, 오랜 시간을 거쳐 흐릿해진 것 같은 어른들의 사랑,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 그리고 노년에 시작한,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사랑까지. 사랑엔 나이도, 세월도, 기억도 중요하지 않았다. 온 마음을 다해 표현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우리 삶에 없어선 안될 세상 모든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