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전세역전 -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까지
홍인혜 지음, 정민경 감수 / 세미콜론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소개를 본 순간, 한참 시끌시끌 했던 전세 사기 사건이 떠올랐다. 독립을 하면서 월세든 전세든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문에 누구나 세입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왠지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결혼을 앞두고 한참 신혼집을 알아보던 때가 생각이 났다.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생각보다 마땅한 집이 나타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구조의 집도 많이 봤고, 위치가 나쁜 집도 많았다. 그러다 그동안 본 집 중 가장 괜찮아 보이면서 예산에 맞는 집이 나타났고, 고민할 틈도 없이 부동산의 재촉과 줄지어 집을 보려는 사람들의 행렬로 인해 계약을 하고 말았다. 좀더 신중했어야 했었는데...



나름의 체크할 부분들을 살펴본다고 봤지만,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방문한데다 독립해서 처음 집을 구해보는 터라 너무 무지했다. 좀더 꼼꼼하게 살펴봤더라면 계약을 안했을 것을.. 한여름의 계약이라 겨울철 난방을 체크하지 못했고, 덕분에 10년도 넘은 보일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겨울만 되면 보일러를 가동해도 집안에서 패딩을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추위에 떨어야 했다. 보일러 교체를 요구했지만 바로 아래층에 거주하던 주인집은 자신들도 그렇게 살고 있다며 거부했고 심지어 수리도 자신들 거래처만 이용하게 했다. 하지만 매번 수리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화가 나서 따로 수리업체를 불러보니 수리 불가란다.

그뿐이 아니라, 계약을 하면서 신랑이 먼저 신혼집에 들어가기로 했고, 신혼 살림을 미리 하나둘씩 채워넣기로 했다. 그러면서 장으로 가려져 있던 곰팡이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 화장실은 자주 막히고 물빠짐도 잘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무엇보다 새 가구를 들여놓은지 얼마 안되어 우리집에 물난리가 나서 새 가구들이 물에 젖는 일이 있었다. 정말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 이유는 싱크대에 연결되어 있는 정수기 호수에서 물이 흘러나왔던건데, 누구의 탓인지 알 수가 없다. 신랑도 정식 이사 전으로 신혼 가구가 먼저 도착했던 거였다. 전 세입자의 이삿짐센터가 잘못 건드려 놓은거라는 말이 나왔지만,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우린 주인집과 전 세입자에게 피해보상을 얘기했으나 주인집에서 새로 달아놓은 커텐을 세탁해준 것 외엔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이 신혼집에서의 경험은 고생도 많았지만 그덕에 많은걸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이 다음의 집을 살필 때는 이때의 경험을 발판삼아 주변의 편의시설까지 두루 살폈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가장 좋은 기억이 많은 집으로 기억될 만큼 좋은 집을 계약할 수 있었다. 아마 집주인이 그집을 판다고 했다면 매매할 의향이 있었을만큼, 지금도 가끔 그립고 생각나는 집이다. 집을 계약할 때는 루나처럼 신중하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약하는게 좋다.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면, 집을 잘 볼 줄 아는 지인을 대동하는 것도 좋다.



읽으면서 법의 사각지대가 참 많구나를 또 한번 느꼈다. 집주인이 작정하고 속이려고 들면 세입자는 당할 수밖에 없는 허점이 있다는걸 알았다. 그럼에도 집주인을 제대로 처벌할 수가 없다는 현실은 황당하기만 했다. 왜 법이 이렇지?! 체납세금을 세입자의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집주인인데 왜 처벌이 안될까? 세입자가 왜 체납세금을 감당해야 한단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법이 왜 이래? 하는 생각만 반복할뿐. 읽으면서 분통 터지고 속이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저 글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이런데, 당사자였던 저자는 얼마나 속이 말이 아니었을까. 그저 짐작만 할 뿐이다. 현재 개정된 법이 있어서 세입자가 조금 더 안전하게 전세를 계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조금은 다행이다.



세입자는 집주인을, 집주인은 세입자를 잘 만나야 한다고 했다. 나도 뼈 아프게 경험을 했기에 이 말에 너무 공감을 한다. 그런데 작정하고 사람을 속이려는 악질을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특히나 루나의 집주인처럼 선한 얼굴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사기꾼은 주변에서 본 듯한 흔한 인상,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무해한 얼굴을 지닌 이들이 많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나 사기꾼이요' 하며 나타나진 않으니 그저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아무리 조심한들 그 사이를 파고드는 사기꾼들의 수법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막을 쳐두는게 그나마 안전한 길인 것 같다.



악질은 정말이지 끝까지 악질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었다. 명도 소송 같은 법정 다툼 밖에 없는데 시간, 돈을 써가며 재판이 이어지는 그 기간동안 심적 고통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방법이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분명 피해자를 만들었고, 불법을 저지른 것이 맞음에도 어째서 집주인을 처벌할 방법이 없는걸까? 도대체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서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을 위한 법인 것만 같다. 이런 부분들이 면밀하게 검토되어 촘촘하게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말이다. 처음 독립을 꿈꾸는 청년들이나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