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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도시
배명은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도시괴담에 사회파 호러를 담은 요괴도시. 표지부터 강렬한 이 책에는 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증 반, 호기심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총 7편의 단편을 만날 수 있었는데, 완전 흥미진진. 애니메이션이라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괜찮겠다 싶다. 등장하는 요괴들마다 잔혹함 겨루기라도 하는 듯, 상상하면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들을 서슴없이 벌이고 다닌다. 그런데 반대로 요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더 잔혹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인간과 요괴 중 누가 더 사악한가를 따지면.. 누가 이길까? 이렇게 생각해보니 우리 인간들 사이엔 이미 요괴들이 꽤 많이 숨어들어 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최근 등장하는 다양한 사이코패스들부터 조사해보면 요괴의 DNA를 포착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씁쓸함이 컸다. 학대, 방임 등의 이유로 집을 나온 후 살기위해 범죄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참담함도 느꼈다. 출산률 저하로 인한 인구 소멸 위기를 떠들어댈게 아니라 이미 태어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아이들의 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은 왜 안하고 있는 것 같을까. 복지 사각 지대도 여전히 많은 것 같고, 법은 좀더 촘촘하게 짜여짐과 동시에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모른채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주가 가족들에게 방임, 따돌림, 차별을 겪다가 결국 이성을 잃고 정체를 드러낸 것처럼 언젠가 가출 청소년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요괴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괴다. 나쁜 놈들만 골라서 잡아먹는 요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지은 죄에 비해 법이 주는 벌이 약하거나 피해갈 수도 있는 나쁜 남자들을 주로 처리해 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쏙 들었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거나 벌을 덜 받는 사람들, 생명존중을 모르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처럼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손버릇 나쁜 사람들을 대신 처단해 주는 요괴가 실제로도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같이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사이코패스들을 상대하기에 이 요괴만큼 제격인 심판자가 또 없어 보인다. 나쁜 버릇, 나쁜 짓을 끊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많은 세상에 이런 요괴가 등장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마지막 이야기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흠칫 했다. 정말 이 세상에 요괴가 소리 소문 없이 스며들어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이유없는 증오와 분노가 넘치는 세상,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가 뭘까? 물론 여러가지 이유는 있기는 하다. 경제적 불안, 그로인한 심리적 압박, 노동의 스트레스, 학업적 스트레스 등등. 바이러스와 전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으니 쌓여가던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한 걸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반복되어 왔다. 그런데 왜 유독 이번이 심각하게 느껴질까? 어쩐지 뭐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넘쳐나는 카더라 소식과 음모론이 사실로 판명나는 일이 벌어지는건 아닐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만난 괴담들은 사회적 메세지도 포함하고 있어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공포소설이다. 나쁜 요괴만큼 나쁜 인간들도 많아서 누가 더 나쁜지 판단하기 힘들다. 같은 인간이라고 편을 들고 싶은 마음이 눈꼽만큼도 안든다. 귀신은 안 잡아가나 싶은 현실 속 나쁜 인간들도 제대로 벌을 받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길 바랄 뿐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