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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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스투유에서 진행한 장르문학 IP 공모전이었던 리노블(RE:NOVEL)의 대상 수상작인 '습기'. 사실 표지나 제목만 보면 그리 관심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줄거리를 읽어보고 약간 호기심이 생겼고, 공모전 대상 수장작이라는 문구가 조금 더 호기심을 키웠다. 그래서 읽어보게 된 책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야기는 흥미진진 했고, 지루할 틈 없이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제목이 왜 '습기'일까? 내가 아는 뜻이 아닌가 싶어서 사전적 의미도 찾아봤다. 총 세 가지 뜻이 나오는데, 첫번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사용하는 뜻인 '물기가 많아 젖은 듯한 기운'이라고 나온다. 아무래도 첫번째보다는 두번째 '염습할 때 송장을 씻기기 위해서 향을 넣고 끓인 물을 담는 질그릇'이라는 의미가 그나마 가까울 것 같기는 한데, 확 와닿지는 않아서 아리송하다. 왜 제목을 '습기'라고 정했을까? 아, 혹시 실종된 아동들의 부모의 눈물을 뜻했던 걸까? 아니면 제물을 뜻했던 건가..? 선뜻 매치되지 않는 내용과 제목은 책을 읽은 후의 가장 큰 궁금증이다.



직장과의 거리는 좀더 멀어지긴 해도 기적처럼 청약 당첨으로 신도시 아파트 '드림힐'에 입주하게 된 미연네 가족. 그런데 기쁨도 잠시, 뜬금없는 시누이의 말이 은근 신경 쓰인다. 10년 전부터 몇차례나 발생한 아동 실종사건이 '드림힐' 근방에서 벌어졌다고 하니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신경이 안쓰인다면 이상한 거였다. 안그래도 이사오자마자 이상한 사람들을 마주친 것도 찜찜하고, 갑작스러운 엄마들의 단체 채팅방에 초대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일 때문에 이미 형성된 다른 엄마들 무리에 낄 수가 없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도 불만스러운 마당에 아동 실종사건이라니. 가족의 새출발이라는 느낌으로 잔뜩 들뜬 마음으로 이사를 왔던 미연은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어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아들 지호가 어울리는 친구들과 그 엄마들이 뭔가 이상했고, 지호의 행동에서도 심상치 않은 일을 느끼고 만다.



기자인 남편에게 아동 실종사건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었지만, 남편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고 지호 때문에 여러모로 알아보던 중 아동 실종사건과 만세교라는 사이비 종교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지호가 자주 놀러가는 집의 엄마가 만세교 신자라는 것을 알아챈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만세교 관련 사건에 좀더 파고들던 미연은 정우와 관련된 뜻밖의 사건과 마주쳐야 했고, 급기야 소름끼치는 진실을 알아버리고 만다.

도대체 사이비 종교는 어떻게 신자들을 끌어모으는 걸까. 말도 안되는 교리를 믿는 사람들은 또 왜 생겨나는 걸까. 무조건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건지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한없이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서럽고 힘들고 외로울 때를 노려 신자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알지만, 참 답답한 노릇이다. 언제 그렇게 된건지 정우도 충격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미연의 친정집.. 진짜 대충격이었다. 세상에.. 끝났다 싶었으나 끝난게 아니었다니. 과연 미연의 불행의 끝은 어디일까. 미연이 또 다른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제정신을 유지할 수는 있을까? 방심하다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고 망연자실 할 미연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 것만 같다. 도무지 쉬이 뿌리 뽑히지 않는 사이비 종교란 그저 끔찍할 따름이다. 일상에 파고든 현실공포를 맛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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