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벼리의 별 단비청소년 문학
백나영 지음 / 단비청소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80년대 조선, 서양 여러 나라와 조약을 맺으며 개회 정책이 진행되던 때 15살 소녀 벼리는 모든 노비들의 꿈인 면천을 받았어요. 아빠의 죽음과 엄마의 절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였지요. 하지만 그로인해 벼리는 정말 맨몸으로 세상에 던져지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혈혈단신의 어린 소녀에게 세상은 참 가혹하고 힘드기만 했어요. 세상에 나와 첫 2년은 우연히 한 국밥집에서 일을 하며 지냈고 쫓겨나 오갈곳이 없어진 그때 정동의 여학당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찾아갑니다. 양인인 스트랜튼이 운영하던 여학당인걸 그때 알았죠. 첫인상은 충격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 벼리는 항상 웃는 얼굴을 하는 스트랜튼의 제자 1호가 되어 영어를 배우고 익혔어요. 그렇게 1여년. 어느덧 김 대감 댁을 나온지 3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벼리는 학당으로 김 대감 댁 아기씨 미진이 영어를 배우려 하니 방문 수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한 통 받게 됩니다. 그 당시 보는 눈 때문에 양반 자제들은 양인에게 언어 배우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스트랜튼은 이 편지가 반가웠고 바로 방문하기로 결정했지요. 가고 되는 걸까? 면천을 취소하면 어쩌지? 등 벼리에겐 여러 걱정거리가 떠올랐지만, 통역 때문에라도 자신이 갈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엄마가 보고싶었죠. 김 대감은 양인과 함께 나타나 통역을 하는 벼리를 못마땅해 하며 깔봤고, 그럼에도 벼리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 적은 돈으로 일찍 세상에 내보내지는 보호종료아동들이 떠올랐어요. 전에 다큐였나.. 관련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어서 그런가봐요.

암튼 그 시절은 노비는 사람이라기보다 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그래서 김 대감은 어린 벼리 혼자 면천을 시키고 쫓아냈던 거죠. 벼리의 아빠가 자신 대신 죽었음에도 말이예요. 시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도 또래 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자기 때문에 아빠를 잃은 어린 소녀를 홀로 내보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욕심이 많고 이기적인지를 알 수 있어요. 그래도 그렇게 세상에 던져졌기에 벼리는 세상의 변화를 온몸을 체득할 수 있었어요. 온갖 역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낸 벼리. 현실의 많은 벼리 또래들도 벼리처럼 각자의 길을 찾아내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