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김양미 지음 / 문학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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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뭐지? 비정상은 뭘까? 정답이란게 있는걸까? 누가 정한 기준이지?' 총 7개의 단편소설 중 첫번째 '비정상에 관하여'를 읽고 든 생각들이다. 소설을 읽고나니 그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선이 모호해지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의 평균을 정상이라고 보면 그 이상과 이하가 비정상이 되는건데, 달리 생각하면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 때문에 그어진 선이니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또 나라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사회적 체계도 다르니 생각의 차이는 또 달라질 것이고, 그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고보니 오히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진 것 같았고,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옳고 그름에 대한 모든 부분에 의심이 가기도 했다.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놨던 것일까.

두번째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를 읽고는 예전 고속도로를 지나가다가 차에 치여 고통에 데굴데굴 하던 고양이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앞에 가던 차들 중 하나에 치였던 것 같은데 정작 그 고양이를 친 범인이 그대로 가버려서 뒤따른 차들이 모두 그 고양이의 고통을 봐야했었다. 하필 장소도 고속도로 한가운데라 차를 세울 수도 없어 그저 보고 지나쳐야 했었는데,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그날의 일이 지금까지도 종종 떠오르는거 보면 내게도 큰 충격이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있을법한 곳은 아니었는데, 그 고양이는 왜 그곳에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걸까.. 유기였을까? 소설 속 인물들처럼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너무 오래전 일이긴해도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

소설 속 인물들 모두 참 독특하다. 흔한 인물들이 아닌, 약간 소외된 인물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험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 가난을 물려받아 팍팍한 삶에 치이고, 미래가 불투명하며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 바닥인 짝을 만나기도 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 느껴지면서도 좀더 다른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은 한없이 무겁고 답답했음에도 신기하게 책장은 술술 넘어갔고 상황들은 가볍게 여겨지게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비로소 세상의 잣대를 생각해보고 삶의 무게를 떠올렸다. 한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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