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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낙타 ㅣ 단비어린이 문학
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5월
평점 :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던 동화책이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아이의 성장이 기특하기도 하고, 아이들 나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찡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내가 저 나이 때는 어땠더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책 속의 아이들만큼 깊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장 속도를 가지고 있다. 그 자리에 머문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확 커 있는 아이를 보게 된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아이는 없다. 옆에서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아이들은 각자의 속도에 맞게 성장을 이뤄낸다. 예림이와 채원이, 서록이, 진오, 서윤이와 루아가 그랬다. 예림이는 참 특별한 아이다. 5살이 되던 해,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고 휠체어 없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예림이는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아이였다. 부모님이 속상해 하면 그 마음을 풀어줄줄 알았고, 아빠의 말대로 자신은 특별한 아이라서 질투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친구들의 장난과 놀림에도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았다. 그래서 예림이의 깊은 속마음은 아무도 몰랐다. 너무너무 간절해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예림이의 소원을 말이다. 참 장하고 멋진 아이인 예림이와 같은 아이들이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보조기구나 수술법들이 하루라도 빨리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서록이에게 누드모델일을 하는 엄마는 부끄러운 존재였다. 가난한 화가였던 아빠의 하나뿐인 뮤즈이자 모델이었던 엄마는 자존심이 너무 강하고 자신만의 색이 진해 미술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빠 대신 집안의 경제까지 책임져 왔다. 워낙 고가에 내놓아 쉽게 팔리지도 않았지만, 아무에게나 팔지도 않았던 아빠의 작품들은 아빠의 자존심이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감싸고 이해하며 아빠가 작품에 매진할 수 있도록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랬던 엄마가 아빠가 돌아가신 후, 이번에는 서록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려 했다. 하지만 서록이는 엄마가 아예 전문 누드 모델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 그림도 그리지 않았고 싸움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고만 했다. 서록이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왠지 엄마의 마음도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엄마에게 누드 모델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은 아빠의 영원한 뮤즈로서 아빠와의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서록이의 마음도 너무나 공감이 갔다. 누드 모델이라는 직업이 누구에게나 선뜻 받아들여지는건 아니니까. 특히 사춘기 즈음의 남자아이에겐 더 힘든 일이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록이는 그림으로 복잡했던 마음을 표현해내며 한단계 성장하게 된다. 아픔을 겪지 않는 성장은 없는 것 같다. 모든 아이들이 좀 덜 아프고 덜 힘들게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