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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약밥 ㅣ 단비어린이 문학
김미희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3년 2월
평점 :

언젠가 미래 사회에 한번쯤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야기다. 지금 발전하고 있는 속도를 보면 어느 미래에는 식사를 간단히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할 것도 같다. 바로 동화처럼 작은 단 한알의 알약 같은 형태로 말이다. 약을 먹듯 한알만 삼키면 몇일동안 식사를 하지 않아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면 누가 마다할까. 아마 시간에 쫓기듯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일 것이다. 매 끼니 반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코 반길 수 없는 일이다. 간단하게만 생각해도 먹는 즐거움과 식사시간을 통해 이루어지던 대화와 유대감이 사라지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여러 대처 방안들이 모색되겠지만, 과연 사람들은 끝까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동화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 어린 여우의 심술로 빚어진 일이었다. 흐린 날이면 마을로 놀러가곤 했던 여우는 아이들이 툭하면 "엄마한테 이를거야!"라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더랬다. 그래서 자신에게 잡힌 토끼가 만나게 해준, 못하는게 없다는 요상구리 할머니에게 엄마들을 없애달라고 얘기한다. 대신 여우꼬리털로만 만든다는 물감을 꼬리에 묻혀 할머니의 얼굴에 화장을 해주기로 한다. 그렇게 할머니에게 받게된 알약. 여우는 의심이 들었지만, 알약을 마을로 가지고가 엄마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한알이면 사흘은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맛으로 선택이 가능하며 부작용이라면 약효가 떨어졌을 때 배가 살짝 아프지만, 그때 알약을 다시 먹으면 아픔이 사라지는 거였다. 이 신기한 알약은 순식간에 엄마들 사이에 퍼졌고, 소문은 이웃 나라에까지 퍼졌다. 급기야 욕심 많은 이웃 나라에서 알약밥을 차지하고 이상한 법까지 만들며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려 했다. 그리고 결국 전쟁까지 벌어지게 된다.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위대한 발명이었을 알약밥. 알약 한 알이 불러온 것은 거대한 재앙이었지만, 그로인해 사람들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한다는 것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그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우와 할머니도 이 일로 삶이 바뀌어 버렸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되찾게 된다. 어떤 발명이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사용법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다. 이런 부분까지 모두 고려한, 일상의 소중함을 잃지 않으면서 삶의 질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발명, 전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발명보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우리의 삶에 녹아들 발명들이 세상에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