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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요? ㅣ 단비어린이 문학
장세련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11월
평점 :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생각만의 생각이 있고, 아이들만의 계획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사정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당장의 모습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 입장에선 자신의 뜻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걸 알아봐주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때때로 뜻밖의 반전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야기 속 예후의 일처럼 말이다. 너무 더웠던 여름날, 예후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무심코 버린 아이스크림 비닐 때문에 문구사 아주머니에게 잡혀 혼이 난다. 아주머니는 평소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을 잡으려고 벼르던 참이었고, 예후가 딱 걸렸던 것이다. 이 일로 자신이 버리지 않은 쓰레기들까지 분리수거를 해야했던 예후는 그날 이후 몰래 담벼락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
네번째 소변을 본 다음날, 방송실 호출을 받은 예후는 덜컥 겁이 났다. CCTV에 소변을 보는 모습이 찍혀 혼이나는게 아닐까 해서다. 지은 죄가 있으니 괜히 찔리는 예후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예후는 분리수거를 한 일이 남들 모르게 한 선행이 되어 표창장을 받게 되었다. 원해서 분리수거를 했던게 아니었고, 그날 이후 오히려 소심한 복수를 감행해 왔던 예후는 표창장을 든 손이 부끄러웠다. 또 다른 아이 민지는 숙제를 해오지 않아 방과 후 교실에 남아 선생님의 감시 아래 숙제를 해야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잠깐 잠시를 비운 사이 민지의 동생 민수가 찾아왔고, 두 아이는 몰래 시곗바늘을 돌려 시간을 바꿔놓는다. 시간을 착각한 선생님은 민지를 돌려보냈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보낸 후 속은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사실 민지에겐 속사정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해도 숙제를 하지 않고, 선생님을 속인 일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민지를 괘씸하게만 생각했던 선생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일이기도 했다. 다음날 아이는 선생님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선생님은 아이를 통해 또 한번 마음공부를 했다. 아이에게도 배울게 많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아픔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온 몸으로 부딪히고 듣고 겪으며 세상 공부를 해나갔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진 않는지, 혼을 내기 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마다 가지고 있을 이유에 어른의 잘못은 없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