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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메밀묵 ㅣ 단비어린이 문학
박상재 지음, 국은오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7월
평점 :

어린 시절에는 도깨비 하면 무서운 존재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옛 이야기 속 도깨비들은 무섭다기보다 장난기 많고 익살스럽고 정이 많은 존재로 여겨진다. 나쁜 인간은 혼을 내주고, 어린 아이들과 착한 인간에겐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는 요괴로 말이다. 물론 무섭다 생각되는 도깨비도 존재하지만, 대체로 동화 속 도깨비들은 겉모습은 좀 험해보여도 속은 정반대인 동네 이웃 같은 느낌이다. 그만큼 친숙하게 생각되는 존재라 그런지 도깨비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반갑고 재미있다. 이번 동화의 도깨비들은 까칠한듯 하지만 허술하고,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되돌려주기도 하는 은근 귀여우면서 고마운 존재로 등장한다. 지금 아이들에게 도깨비는 어떤 존재일까?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마냥 무서운 존재일까? 아니면 조금은 다른 존재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도깨비는 왜 메밀묵을 좋아할까? 문득 궁금해서 찾아보니 메밀묵은 민중과 친근한 존재로 민중이 좋아하던 음식을 함께 좋아했던 것으로 보여진단다. 가난한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식품이었던 메밀묵은 도깨비들의 최애 음식이다. 그래서 떡갈나무 숲속 오두막집에 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농사지은 메밀로 쑨 메밀묵을 우연히 한번 맛본 도깨비는 매년 자신의 몫의 메밀묵을 요구하는 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농사가 잘되도록 도왔다. 할아버지만 도깨비와 연을 맺었기에 할머니는 도깨비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도깨비와의 약속을 잊지 않은 할아버지나 메밀묵을 위해 농사를 돕는 도깨비나. 서로 돕고 돕는 아주 흐뭇한 관계의 첫 이야기였다.
한참 허수아비가 필요했던 시기가 지나자 술주정뱅이 말고는 찾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지내던 허수아비. 얼음골 홍도깨비를 만나 허깨비가 되었고, 둘은 친구가 되어 다시는 외롭지 않게 지내게 되었다는 두번째 이야기, 할일이 없어진 허수아비들로 마을 사람들이 패션쇼를 열었고, 한밤중 한 도깨비 부부의 장난으로 잠시 사람처럼 움직이며 자신들만의 패션쇼를 열었다는 세번째 이야기, 마을 최고의 부자인 정 염감의 귀하게 키운 하나뿐인 아들 만석은 천하의 게으름쟁이가 되어 술과 노름으로 세월을 보내며 재산을 탕진했다. 고민하던 정 염감은 아들에게 논의 새를 쫓는 일을 맡겼고, 그 일마저 하는둥 마는둥 하던 만석이를 마을 근처에 살던 도깨비들이 혼쭐을 내어 잘못을 뉘우치게 만든다는 네번째 이야기까지. 재미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만들던 동화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