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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에 새긴 약속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장세련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평점 :

옛날 명마, 군마, 또는 임금이 타는 말 한마리가 사람 목숨보다 더 귀했다는 얘기는 종종 다른 곳에서도 봐서 알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신분사회였던 예전을 상상해보면, 그 시대의 양반이 아닌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보다 동물이 더 귀한 대접을 받았던 시절이라니. 씁쓸하기 짝이없다. 이 이야기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6마리나 잡아 종2품 가선대부에까지 오른 영조 시대의 말단 목장 관리인 전후장의 기록에서 탄생했다. 알려지지 않은 전후장의 어린시절이 작가의 상상력과 그 시대의 목장 이야기가 더해져 풍부한 이야기로 완성되었다. 정말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니. 대체 우리 선조들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놀랍기만 하다.
주인공 유상이네는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을 쓰고 망한 집안이었고, 누명을 벗긴 했으나 청렴했던 할아버지 덕에 본래도 재산이랄게 없었던 집안이었다. 때문에 집집마다 한명씩 동원 되었던 마성 쌓기에 가난으로 인해 돈을 내지 못하고 강제 동원 되어야 했고, 그렇게 유상이는 8살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게 된다. 마성을 쌓다가 돌에 깔려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소식에 유상이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어디에 터뜨려야 할지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 젖을 떼기도 전에 어머니도 잃었기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린 유상이었지만, 다행히 아버지와 형님, 아우 하며 지냈던 옆집 칠복 아재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 이후 가만히 집에 있을 수 없었던 유상이는 아버지가 일하던 곳으로 가겠다며 고집을 피웠고, 돌림병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였던 칠복은 가족을 잃은 유상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함께 동행해주기로 한다. 그렇게 도착한 울산의 마성을 둘러보다 돌에 새겨진 글씨로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한 유상이는 펑펑 눈물을 쏟는다. 감목관이 유상이의 사연을 듣고 칠복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처소와 일자리를 주었고, 유상이는 말을 돌보며 지내게 된다. 뜻하지 않게 호랑이를 만나 청도에서 유명했던 돌팔매로 호랑이를 잡기도 하고, 제법 말을 다루게 되면서 말과의 교감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아버지를 여읜 곳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는 유상이의 모습은 안쓰러운면서도 대견했다. 말과의 교감을 통해 점차 슬픔을 극복해 가던 모습도 예뻤고. 울산의 남목이라는 곳에는 여전히 마성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남아있을만큼 튼튼하게 쌓여있을 마성의 모습이 궁금하다. 얼마나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면 아직도 남아있는건지. 이런걸 볼때면 예전 건축법이 지금보다 나은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요즘은 편하고 쉬운 방법들을 선호하니 오래가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언제 아이들과 함께 마성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