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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설날이 올 때까지 ㅣ 단비어린이 문학
김하은 지음, 송수정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4월
평점 :

슬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슬기의 엄마, 아빠처럼 '위험하니 안돼', '하지마'를 말하는 경우가 많고, 또 못하게 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기보다 조심해서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들었지만, 육아란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아직 말 안통하는 둘째, 이제 조금 말이 통하는 첫째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도 수십번은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약간의 시간 여유를 주고 시켜보면 곧잘 해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슬기 엄마, 아빠의 '안돼'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었다. 더불어 그로인해 아이의 경험을 줄어들게 만들고, 아이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감을 빼앗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동화를 통해 육아를 고민하고 걱정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슬기는 과잉보호를 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친구들이 하는 많은 놀이를 할 수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일까. 엄마, 아빠 때문에 쌓여가는 분노와 스트레스가 밖에서 터지기 일쑤였다. 친구들의 장난감을 빼앗아 놀다가 망가뜨리거나 던져버리는 것으로 감정을 표출했던 것이다. 아이의 마음은 짜증과 화로 가득했고, 그것은 곧 반항으로도 이어졌다. 설날이 되어 할아버지 댁에 간 슬기는 복 많이 받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받기 싫다며 조용히 거부했다. 그런 슬기로 인해 복 수거 단원들에겐 비상이 걸려 버렸다. 달에 사는 옥토끼는 사람들의 복을 모아 복떡을 만드는데, 사람들은 그 복떡을 서로 나누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화를 자주 내는 탓에 남는 복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슬기가 복을 거부한다니 복 수거 단원들이 놀랄 수밖에.
이에 옥토끼는 억만년 만에 급하게 복 줄을 만들어 슬기 담당 포동이를 통해 복 줄을 전달했고, 슬기는 복 줄을 손목에 차고 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친구들과 노는 법을 알게 되면서 슬기는 친구들의 장난감을 빼앗지 않게 되었고 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슬기의 변화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슬기의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곧 자신들이 슬기에게서 무엇을 빼앗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혹시 나의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인해 내 아이들도 좌절감과 부러움,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해 슬프고 아픈 마음을 갖고 있을까? '안돼'라는 말을 줄여보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