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대리모에 대한 이야기는 외국 유명 연예인들을 통해 접하는게 다였다. 솔직히 먼나라 이야기라는 생각에 '대리모'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다만, 언젠가 뉴스로 인도의 대리모 산업이 크다는 걸 보고 생각보다 대리모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 정도는 한 적이 었었더랬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잠깐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생각지 못했을 뿐, 우리나라에서도 대리모를 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난자와 정자의 거래는 불법이지만 자궁에 대한 법은 존재하지 않기에 무법이라고 한다. 난임과 불임 등의 이유로 임신이 힘든 부부들에게 병원에서 조심스럽게 대리모를 권하기도 하는 듯하다. 나도 힘들게 아이들을 임신하고 출산한터라 그 절박한 심정을 안다. 그런데 도대체 대리모는 어떻게 구하는 걸까? 여자 형제 혹은 친척을 통한 대리 출산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출산을 해보니 더 그렇다. 출산이라는게 때로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고, 많은 영양분을 빼앗기는 일이기도 하니까. 거기다 주변의 시선, 시간, 돈, 일, 일상생활 등 고려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 않은가. 때문에 부탁을 하는 입장도, 부탁을 받는 입장도 난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게 진행된다해도 임신 기간 동안 혹은 출산 이후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 아무튼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리모 산업이 성황이라는 걸까?

제인은 애인을 따로 두고 있는 남편 빌리와 그러한 사실을 한참 전부터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숨겼던 시댁 식구들을 떠나 4주된 딸 아말리아와 3층 건물인 합숙소에 머물게 된다. 그야말로 빈털털이 신세로 앞날에 대한 계획도 없었던 제인이었다. 신생아 보모일을 하고 있는 먼 친척 아테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그녀에게 자신의 일터로 대신 출근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뜻하지 않게 카터 부부의 보모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안되어 그녀의 실수로 보모 일에서 잘렸고 또 다시 아말리아와 함께 길거리에 내몰리겠다 싶을 때 즈음 아테를 통해 단번에 커다란 돈을 벌 수 있다는 '골든 오크스'의 대리모 일을 알게 된다. 대리모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인. 한 번의 대리모 일만 완수해도 그녀와 아말리아는 큰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어차피 막다른 길에 내몰린 제인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그렇게 제인은 골든 오스크의 대리모가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골든 오스크에서의 생활 도중 딸 아말리아에게 일이 생긴다. 딸을 만나려면 골든 오스크의 감시망을 뚫어야 하는 상황! 제인은 딸을 만날 수 있을까?

대리모 뱃속의 아이에게 질병이 발견되어 낙태를 요청했지만, 대리모는 그 요청을 거절하고 수수료도 받지 않은채 아이를 낳아 자신의 아이로 키웠다는 사연을 봤다. 혹시 대리모가 임신기간 동안 아이에게 모성애가 생겨 잠적한 경우나 아이를 낳은 후 자신이 낳은 아이라며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경우는 없었을까? 같은 유전자의 아이는 아니지만 열달을 뱃속에 품고 키워내야 하는만큼 감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대리모로 임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결코 아이를 내주지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만큼 대리모의 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쉽지 않다. 아마 많은 대리모들이 제인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레이건처럼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대리모를 지원한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정인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것 같았는데 더 복잡해졌다. 대리모를 고용해서라도 아이를 가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책임지지 못할 아이를 잉태하고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로 인해 버림받는 아이들이 있다. 새 부모를 찾아 입양이 된다한들 모든 입양아들이 행복한 건 아니다. 정인이의 경우는 워낙 악독해서 세상에 알려져 그렇지, 알려지지 않은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는 걸 모두가 짐작할 뿐이다. 이런 사례를 볼때면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쉽게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데 왜 반대의 경우엔 쉽게 아이를 가지는 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