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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평점 :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보고 고전적 스릴러라 생각했다. 본래 고전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이상하게 눈이 갔더랬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배경이 현대였다. 다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저택이 빅토리아풍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길 뿐이었다. 내부는 얼마나 돈을 들였는지 첨단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있다. 물과 기름처럼 고전적인 부분과 현대적인 부분이 섞이지 않은 인테리어가 인상깊은 곳이랄까. 주인공 로완은 생각보다 아담한(?) 저택과 광할하다 여겨질 정도의 정원이 있는 이 헤더브레 저택에서 높은 급여와 숙식, 그리고 자동차까지 제공되는 조건으로 입주 아이 돌보미 일을 하게 된다. 이 일이 그녀 인생을 180도로 바꾸어 놓을 줄 생각도 하지 못한채. 이야기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사건을 맡아달라 호소하는 로완의 편지로 시작한다. 짧았던 편지는 결국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긴 편지로 이어졌다. 그 긴 편지엔 놀라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반전까지.
나는 이 이야기가 공포소설에 가까운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었다. 초자연적 현상과 유령이 등장하는 그런 공포 스릴러 말이다. 표지 분위기도 그렇지 않은가. 보진 않았지만 줄거리만 보면 넷플릭스의 '힐 하우스의 유령', '블라이 저택의 유령'과 얼핏 비슷한 분위기와 내용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고, 더 흥미롭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흘러갔다. 자신에게 주어진 뜻밖의 괜찮은 일자리의 행운에 들뜬 젊은 아가씨 로완. 아이 돌보미가 왜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 그만두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지 못할만큼 로완에게 이 일자리는 절실했다. 그 절실함에 무언가 꿍꿍이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건 초반의 이야기 때문에 눈치 챘지만, 어떤 꿍꿍이일지는 예상도 못했더랬다. 나름의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냥 대놓고 말을 하는게 나았을 것을. 그로인해 또 다른 분란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변호사에게 긴 사연의 편지를 보내야 할 정도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였다.
로완에게 이 일자리가 절실했던 이유, 그리고 그간의 아이 돌보미들에게 벌어졌던 일들, 그 일들을 행한 인물들.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경악할 진실만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을 보면 결국 로완은 모든 것을 자신이 짊어지고자 했나보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모든 것을 밝히는게 그녀 자신에게 더 나았던게 아닐까? 탄탄한 구성에 소름 돋는 결말까지, 정말 폭 빠져서 읽었던 소설이다. 새해 첫 소설로 완벽하게 괜찮았던 선택이었다고나 할까?! 고전적 소설로 생각하고 이 책을 집는다면 초반은 당황할 수 있겠지만, 고전이고 현대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금새 홀린 듯 이야기 속에 빠져들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참에 넷플릭스의 비슷한 분위기로 생각했던 두 드라마도 한번 봐볼까?! 이 책 덕분에 덩달아 궁금해지고 보고파지는 드라마들이다. 책만큼 탄탄한 이야기일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