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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아이
크리스티안 화이트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껏 큰 문제없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잘 살아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면? 자신이 납치되어 실종된 아이였다면? 정말 충격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 킴벌리 리미의 삶은 갑작스레 나타난 한 남자에 의해 송두리째 무너져 버렸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자신의 부모님이 납치범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평범했고, 자신을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자신이 납치된 아이라는 것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남자가 들이민 증거는 그녀가 28년 전 사라진 아이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니까. 어느쪽도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진실도 알고 싶었다. 당연하지 않겠나.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거짓이 되어버린거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킴에게 벌어진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 가정하고 상상을 해보면, 나는 킴처럼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야말로 소름 끼치고 두렵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해서 한참동안 정신 못차리고 있었을 것만 같다. 대체 28년 전, 한 아이의 주변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처음엔 그 남자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 의문의 남자가 보여준 실종된 여아 사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심란한 마음을 최대한 감추고 여동생 집에 있을 옛 사진첩을 보고 확인만 해보려 했을 뿐인데, 그녀를 너무나 잘 아는 여동생에게 금방 들켜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으니, 이번엔 에이미의 얼굴색이 변해버렸다. 왠지 건드리면 안되는 과거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닥친 것만 같아 불길하기만 했다. 그래서 에이미는 언니를 다그친다. 그 과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의문은 하루종일 킴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킴은 다시 한번 의문의 남자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온 남자의 진짜 이름이 스튜어트 웬트로 2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여동생을 찾는 일에 몰두한, 그녀의 친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살짝 아빠를 떠보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새미 웬트라는 실종 여아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아빠의 반응이 달라졌다. 그랬다. 아빠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는 대체 어디서부터 알고 있는 걸까? 대체 왜 그녀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걸까? 결국 킴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아 친오빠 스튜어트와 함께 그녀가 살았던 마을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의 진짜 가족을 만나보기로 했다. 집안의 막내였던 그녀가 사라짐과 동시에 가족은 뿔뿔히 흩어졌고, 가족 모두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튜어트만 해도 강박증이라 여겨질 정도로 여동생 찾기에 몰두하는 삶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납치와 관련된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킴을 기다리고 있는건 그녀의 납치보다 더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녀가 납치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납치된 일이 잘된건지 아닌건지 헷갈릴만큼 한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 모든 부모가 부성애, 모성애를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끔찍한 사건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할 수 있는 거고. 부성애, 모성애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이인만큼 최소한의 인간적인 배려와 선택권을 줄 수는 없었을까? 그저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룰게 아니라, 차라리 처음부터 부모이길 포기하고 아이와의 인연을 끊어내는 서류절차를 밟는다거나, 아예 낳지를 말아야 하는게 아닐까? 낳기만 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될 일이다. 낳는 순간부터 평생 죽을 때까지 책임이 시작되는 일이니 말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잘못된 부모 손에서 학대와 방임 속에 죽거나 다치는 일이 너무 많다. 이럴 때만큼은 하늘이 참 원망스럽다. 간절히 아이를 가지길 원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잘못된 부모 밑에서 태어나게 한단 말인가. 안그래도 부족한 부모인데, 여기에 종교 그것도 사이비 종교가 끼어들면 아이는 더 큰 고통 속에 놓이고 만다. 그래서 나는 킴의 납치 사건이 오히려 그녀를 지옥에서 벗어나게 해준거라 생각 되었다. 비록 그녀의 가족은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어도.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