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이름으로
마크 히메네즈 지음, 김성돈 옮김 / 박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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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이것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정말 의미심장한 물음입니다. 우리가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우린 그저 잘 해내고 있을 뿐인가요? 우리는 이 땅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법치주의의 고귀한 후견인들인가요, 아니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같이 죽어 가는 사람에게 법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주머니 속의 마지막 한 푼까지 뽑아 먹으려고 하는 탐욕스러운 기생충들인가요? 우리는 정말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그저 추악하게 부만 쌓고 있을 뿐인가요?"  - P. 19


"뭐, 그저 흑인이고 매춘부라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마땅한 거야? 만약 당신이 흑인으로 태어났다면 어떨 것 같아, 레베카? 아직도 미스 SMU가 될 수 있었을까? 캐틀 바론스 무도회의 여성위원장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면 해리 하인스에서 샤완다 같은 매춘부가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는 2층을 가리켰다. "레베카, 부우가 저 작은 흑인 소녀가 될 수도 있었단 말이야!"  - P. 209


그야말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전도유망한 젊은 변호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스콧 페니. 미모의 아내, 똑똑한 딸, 커다란 저택, 비싼 차, 높은 수임료를 주는 고객들, 회원제로 운영되는 각종 클럽들의 회원권. 그가 가지지 못할 것은 없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의 아들 클락 맥콜 사건이 그에게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엔 당연히 거절하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는 시간이 돈이었고, 그를 찾을 부자 의뢰인들을 위해서 일을 해도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번 사건은 자꾸 그를 끌어당겼다. 아니, 그를 자극했다고 해야할까?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맥 맥콜의 8억 달러나 되는 재산을 물려받을 단 한명의 상속자 클락 맥콜을 살해한 용의자로 잡힌건 9살 딸 파슈매가 있는 24살의 젊은 흑인 여성 매춘부 샤완다 존스였다. 그녀로부터 유죄를 인정하게 만들어 사건에서 빨리 벗어나려 했던 스콧은 사건을 알면 알수록 이 사건이 본래 계획했던대로 흘러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그동안 해왔던 변호들을 생각하면 이 사건에 대한 그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간의 그는 다른 속물&악질 변호사와 별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스콧은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샤완다의 딸 파슈매를 이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자신의 집에서 지내게 하기도 했다. 빈민가에 어린 아이 혼자 둘 수 없지 않겠는가. 뭐 그가 맡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스콧은 또래의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파슈매를 데려왔다. 그런데 스콧은 생각지 못한 난항을 겪게 된다. 이 사건을 맡기로 결정하면서 많은 것을 잃게 된 것이다. 지금껏 그가 누렸던 상류층스러웠던 대부분의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즉시 그의 아내 레베카 또한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그런데 나는 레베카의 속물 근성이 더 치가 떨렸다. 어쩜.. 스콧은 자기 아내의 이런 점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하긴. 이 사건을 맡기 전까지 그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녀의 진짜 모습을 못알아봤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외도 또한 바보같이 눈치도 못채고. 장장 7개월이나 부부사이에 이상기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여튼 상류사회에서 밀려나도 돈도 많이 벌 수 없게 된 스콧은 더이상 그녀에게 유익한 인물이 아니었다. 심지어 아이마저도.. 남들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원치 않았던 아이였기 때문인지 아이에 대한 미련도 없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스콧은 더 전의에 불타올랐다. 막막하기만 한 사건임에도 샤완다와 파슈매 모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한다. 꽤 두꺼운 페이지의 법정소설이다. 사건과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들 때문에 초반은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스콧과 샤완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사건을 맡기 전까지의 스콧과 같은 변호사들, 레베카 같은 여자들이 주를 이루는 상류사회. 진심은 없고 허상만 있으며 욕망만 들끓는 그런 세계. 그렇기 때문에 클락 맥콜 같은 제어되지 않는 망나니를 만들어내는 그런 사회가 왜 그렇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걸까. 참 아이러니다. 꽤 괜찮았던 법정소설이다. 머릿속에서 영화가 재생되는 듯, 읽어나갔더랬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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