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옛 이야기에 '시체'가 추가되면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변화할까? 톡톡 튀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했다. 총 5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본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 <엄지동자>, <꽃 피우는 할아버지>, <은혜갚은 두루미>, <우라시마 다로>, <모모타로>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일본의 전래동화를 몰라도 상관없다. 이야기 시작 전, 본래의 전래동화를 요약한 글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중 4개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제목과 바로 떠올린 이야기는 <은혜깦은 두루미>였고, <꽃 피우는 할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이야기들은 요약된 글을 읽고서야 '아, 이 이야기!' 하고 떠올렸다.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건 아니었지만, 분명 언젠가 한번 접해본 이야기들이었다. 옛 이야기를 좋아해서 다른 나라 전래동화책도 만나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은혜갚은 두루미>가 원래 일본 전래동화였던가?! 왜 비슷한 동화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것 같지? 제목만 비슷한 <은혜갚은 까치>가 아니라!! 정말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렁 각시>도 아니고. 흠. 어쨌든 동화 이야기를 몰라도 이야기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 이후 독자들의 청으로 서양 전래동화를 각색한 속편 <빨간 망토, 여행길에서 시체를 만나다>가 출간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속편도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엄지 손가락만한 아이로 태어나 온갖 놀림 속에서도 청년으로 무럭무럭 자란 엄지동자. 세상을 향해 나선 길에 한 도깨비로부터 예쁜 아가씨를 구해주고 도깨비 방망이도 얻어 몸집이 커진다. 작은 개를 데려다 정성껏 키운 노부부는 개 덕분에 보물을 얻게 된다. 이 소식에 욕심쟁이 옆집 할아버지는 개를 빼앗아 갔고 보물을 얻지 못하자 죽이게 된다. 이 소식에 작은 개를 데려다 묻어준 노부부에게 또 다른 보물이 생겼고, 그것을 다시 옆집 할아버지는 빼앗으려 했으나 실패한다. 덫에 걸린 두루미를 구해준 할아버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나타난 사람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 두루미. 옷감을 지어 은혜를 갚고자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할아버지에 의해 은혜를 갚지 못하고 떠난다. 괴롭힘을 당하던 거북이를 도와준 보답으로 용궁에 다녀온 어부 우라시마 다로는 3년간의 용궁 생활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300년의 세월이 흘렀음을 알게된다. 엄지동자와 마찬가지로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태어난 모모타로는 15살의 나이에 여행에서 만난 개, 꿩, 원숭이와 함께 도깨비섬의 나쁜 도깨비들을 물리치고 보물을 가져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착한 교훈을 남기는 이 이야기들에 시체 하나가 끼니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작은 몸에도 불구하고 영웅의 면모를 가진 줄 알았던 엄지동자가 사실은 알아주는 악당이었고, 욕심없이 모든 것을 나누던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불만과 분노를 가슴 속에 쌓으며 지켜보고 있었으며, 은혜를 갚으려던 두루미는 복수를 하러 돌아왔다. 다로는 전혀 예상치 못햇던 거북이의 교활함에 망연자실 했고, 모모타로는 그 자신도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도깨비섬의 도깨비를 몰살했다. 이처럼 '시체'는 전래동화들을 완벽하게 스릴 넘치는 이야기로 변신시켰다. 딱 한가지 소재가 추가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물론 평범한 소재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래동화들의 변신은 놀라울 따름이다. 다양한 시각, 소재가 반영된 옛 이야기들의 변신은 언제나 반갑다. 생각지 못한 기발함이 주는 즐거움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주는 놀라움은 다른 이야기들의 변신까지 기대하게 만들곤 한다. 작가의 서양 전래동화 버젼은 어떤 이야기들을 어떻게 변화 시켰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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