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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나 이별 사무실 - 손현주 장편소설
손현주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평점 :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만나던 이별을 대신해주는
직업이 실제로 생기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세상 일은 알 수가 없으니 언젠가 진짜 이런 직업이,
이런 대행사가 당연한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간의 이별만큼은 예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별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폭력이 동반된 이유가 아니라면
마지막 이별 메세지는 직접 하는게 옳지 않을까?
그 마지막 말마저 남에게 전달시키는게 옳은걸까?
그것만큼 용기없고 비겁한 일이 또 있을까?

이가을. 그녀의 직업은 이별 매니저다.
변변한 직업 한번 가져보지 못한채
시간을 허비하다가 엄마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어떻게든 일을 해야겠다 싶어
찾다보니 이별 대행사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입사 한달이 되었다.
전직 결혼정보회사 커플 매니저였던 사장이
개발한 이별 매뉴얼과 다양한 이별 프로그램을
교육 받으며 의뢰자의 요구에 따라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일을 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첫번째 의뢰부터 그녀는 힘겹기만 했다.
의뢰인인 남자 닥터 황은 파렴치하고 이기적인 남자였고,
여자 강미후는 알고보니 한없이 나약한 여자였기 때문이다.
닥터 황은 미후가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할거라며
단순히 잠을 좀더 자야한다는 이유 하나로 이별을 원했고,
이런 남자를 마음 깊이 의지하고 사랑했던 여자는
이런 뻔뻔한 이별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이별을 시켜야 하는 가을의 입장에선
난감하고 힘들기만 한 상황이 이어졌다.
참 주먹구구식으로 이별을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채
이별을 강요해야 하고, 당하는 입장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이별을 강요하니 믿을 수 없어 서로 난감..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매뉴얼,
다른 방식의 이별 대처가 요구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도로나 이별 사무실 사장, 너무 대책없다!!

가을은 어찌어찌 닥터 황과 미후의 이별을 강행했고,
미후에게 이별파티까지 열어주면서 마무리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생각이었을 뿐, 미후는 그렇지 못했다.
이 일로 가을은 충격을 받게 된다.
정말 뭐 저런 남자가 다 있나 싶었고,
미후의 대처 또한 답답하기만 했다.
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 가을은 무슨 날벼락인가.
사랑 이별 이외에도 다양한 이별을 가지고
사람들은 도로나 이별 사무실을 찾았다.
취미, 괴벽, 이혼 등등.. 이별이라면
어떤 의뢰든 받아들였던 도로나 이별 사무실.
하지만 사장에게 뜻밖의 일이 터지고,
이별 사업도 계속 난항을 겪게 되면서
도로나 이별 사무실은 변화를 예고 하게 된다.
후루룩 읽어나갔던 이야기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건이 가득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황당한 사장과
주먹구구식으로 일해야 하는 이별 매니저들의
고군분투가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읽고보니 이별 매니저라는 직업이
실제로 생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