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년 후
정여랑 지음 / 위키드위키 / 2020년 11월
평점 :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눈이 가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책소개를 읽자마자 궁금해졌다.
이런 독창적인 결혼 제도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얇은 두께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고 싶지 않기도 했고.

심각한 저출산에 국가에서는 새로운 결혼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종신제와 갱신제.
결혼은 두 가지 형태로 분리가 되었다.
처음 이 두형태의 결혼 제도에 대한 설명을 보고
좀 의아했다. 이럴거면 굳이 결혼이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의 축하 속에 식을 올리는 일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5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산다는건
헤어질 것도 염두에 두고 산다는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렇다면 이건 법적 동의를 얻은 동거나 다름없는거 아닐까?
만일 갱신제를 선택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헤어지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더 이상 갱신을 하지 않고 헤어지게 된다면 아이는?!
이 제도로 인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더 쉽게 생각하게 되는건 아닐까?
순식간에 정말 많은 생각과 질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려는 걸까?!

정부는 새로운 결혼 제도로 인해 변화될
많은 부분을 예측하고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준비해 실행했다. 일자리 창출은 덤!!

1인 가구라 할지라도 임신과 육아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임신한 여성이 사회에서 받게 될 불이익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와. 정말. 이런 놀라운 정책이라니.
실제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계속 생각했다.
이런 정책들이 시행되려면 많은 세금을
필요로 할테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한 세금이라면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
진짜 이렇게만 된다면 말이다.
결혼 제도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갸우뚱 했지만,
그로 인한 세부적인 정책들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여러 상황 속에 놓인 커플들이 등장해서
이 결혼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커플들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받아들이는지 보여준다.
결혼 제도가 바뀌면서 예비부부와 생활동반자들은
일정 시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미리 생각하지 못하고 부분들과
공유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나누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지며
생활 전반에 걸친 여러가지를 배우는 거였다.
진짜 괜찮은 제도가 아닌가.
실제 이런 교육제도가 있다면
이혼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구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었고,
아직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않는
단계이지만 개선된 생활동반자법을 통해 제법
의미 있는 숫자의 동성 커플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법적 동반자가 되었다. - P. 107~108
생활동반자라는 형태로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실제 현대 사회의 가족 형태가
많이 다양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법이 정한 가족 형태는 정해져 있기에
법의 보호 아래 놓인 가족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책 속의 제도처럼 획기적이지는 않더라도..

젊은 세대라도 제도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처럼 생각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 갱신제로
결혼을 하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도 있었다.
이 커플의 경우 처음엔 남자의 생각이 나랑 비슷해
크게 공감이 갔었지만, 이후 여자의 생각을
알게된 후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했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결혼 갱신제가 썩 내키는 제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혼 절차를 밟는 것보다 기간을 두고 살아보다
정말 서로 맞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종신제로 바꾸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긴
하겠다 싶기는 했다.

다양한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사람들의 혼란은 당연했고,
그 때문에 여러 교육들이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제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부는 여러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또 덤이었다.

현실의 입양특례법은 오히려 몰래 버려지는
아이들을 늘어나게 했지만,
책 속의 입양특례법은 여러 양육자 그룹을 두고
공동 양육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맞춰 나가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덕분에 아이가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일은
미연에 방지가 되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그야말로 획기적인 가족 관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상적인 가족 관계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왜 현실은 '5년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무나 획기적이고 부러운 책 속의 세상이었다.
<이 책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책 속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
읽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빠져든 소설!
간만에 강추하고 싶은 소설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