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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무려 <해리포터> 조앤 롤링을 제쳤다는 한 문장에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표지만으로도 눈길이 가진 했지만, 아마존 작가 랭킹 1위라니..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런걸까 싶었다. 줄거리를 찾아보니 궁금해졌다. 책을 집어들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니.. 와... 갑자기 이야기 속에 퐁당 빠져버린다. 초반은 '내 스타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을만큼 살짝 지루했다. 초반부터 이런 느낌이라니. 읽는데 한참 걸리는거 아닌가 싶어 걱정했는데, 인물 파악이 되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니 자연스럽에 이야기 속에 빠져서는 순식간에 마지막 장까지 질주했다. 아.. 이런 가슴 따뜻한 이야기였구나.. 그 여운이 참 오래갔던 이야기다.

너무 늦게 암이 발견된 엄마. 그런 엄마의 권유로 받았던 검진에서 발견된 초기 유방암. 이모와 할머니도 난소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걸 보면 '조'의 암 발병은 큰 확률로 당연한 일이었을거다. 다만 평상시에 너무 건강해서 암 유전을 전혀 생각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녀가 불과 24살에 초기 암을 발견한 것은 엄마 덕분이었다. 조는 치료에 그치지 않고 높은 확률로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에 가슴과 난소를 절제하기로 했다. 자신의 치료, 그리고 엄마의 간병을 동시에 해내야 했지만 조는 최선을 다해 그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이별을 하고, 치료를 마친 후 학교로 다시 복귀를 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달라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아픈 사람 취급하며 거리를 뒀다. 그 상황이 조에게는 얼마나 상처였을까. 힘들게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그녀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는 없었을까? 때때로 사람들은 시선과 동정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잊는 것 같다.

조류를 연구 중인 조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여름의 몇 달 동안 키니 교수님의 산장에 머물게 되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둥지들을 살피고 조사를 하며 돌아오면 한밤중. 파김치가 되곤 하는 그녀 앞에 자신이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라 소개하는 한 아이가 나타난다. 8~10살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아이는 더럽고 배고파 보였다. 조는 집으로 보내려고 애를 써보지만 외계에서 왔기 때문에 지구에 자신의 집은 없다며 한결같이 말하는 아이 때문에 난감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내버려둘 수도 없는 상황. 몸에 멍이 있는 걸로 봐서 학대의 의심도 들었기에 경찰에 신고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도망쳐 버렸고 방문한 경찰은 친부모와 아이와의 분리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발언과 나쁜 위탁부모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며 되려 그녀를 비난하고는 아이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 버린다. 뭐 이런 경찰이 다 있담?! 이 부분에서 너무 황당했다.
하지만.. 그 덕분이랄까. 조는 아이의 처지에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이웃 남자 게이브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데리고 있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얼사. 게이브 역시 아이의 성향상 경찰에 신고하는 건 미루는게 좋겠다고 했고, 조가 연구를 위해 집을 비우는 동안은 자신이 아이를 데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렇게 타인이었다 세 사람이 한 가족처럼 조금씩 서로에게 물들기 시작한다. 사회불안, 우울증, 경미한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던 게이브는 조와 얼사로 인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고 극복하려 애를 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몇달 뒤에 돌아가야 했고, 게이브도 그의 가족들의 방해, 그리고 자꾸 움츠러드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마냥 조와 아이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다툼과 고민이 오고가던 중.. 진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누군가 아이를 해치려 나타났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는 일이 너무 마음 따뜻하고 뭉클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일 줄이야. 초반 지루함을 느꼈던 이유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을만큼 사랑스러운 이야기였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스스로 인지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려 할 뿐. 현실이 그럴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알게 되는 따뜻한 감성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