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 소리맴 단비어린이 문학
이재희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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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드라마를 한편 본 듯한 느낌의 동화책 한권을 만났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장면들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진짜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되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야기가 참 좋았다. 어딘가 배경이 되는 시골마을과 시골학교가 꼭 있을 것 같은 느낌. 이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에 어쩐지 그리운 마음도 들었다. 유치원생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합쳐도 48명 밖에 되지 않는 솔숲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은우는 불만이 많다. 작은 시골 학교로 전학 온 것도 싫고, 교장 선생님이면서 망치를 들고 여기저기 수리를 하고 흙을 만지면서 텃밭을 가꾸는 아빠의 모습이 싫었다. 아이들이 아빠와 자신을 큰 찐빵, 작은 찐빵이라 놀리는 것도 싫고, 교장 선생님이라는 아빠의 지위 때문에 같은 잘못을 해도 자신만 더 혼이 나는 것도, 아빠가 자신보다 다른 아이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싫었다. 이 작은 학교로 전학이 결정된 순간부터 그냥 모든 것이 불만이고 싫었던 은우. 아빠는 그런 은우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 이 학교의 13회 졸업생이었던 아빠에겐 교장 선생님이 되어 솔수펑 마을로 돌아온 것이 가슴 벅찬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딸의 마음을 조금만 어루만져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아이에게 정이 든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어차피 결정난 일이고 번복할 수 없는 일인만큼 아이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었다면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제대로 열지 못한채 시작한 새 학교에서의 생활이었지만, 다행히 좋은 짝궁을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티격태격 하면서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갔고, 서서히 적응을 해갈 무렵, 아버지가 쓰러지고 만다. 병명은 중풍. 목소리를 잃고 걸을 수 없게 된 아빠의 모습은 은우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친구들과 그동안 가족처럼 지냈던 마을 사람들, 그리고 아빠와 의형제를 맺었던 조 사장 아저씨의 응원과 도움은 은우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 준다. 은우는 뜻하지 않은 커다란 사건을 만나게 되면서 또 한번의 성장을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고비가 찾아올테지만, 은우는 아빠의 응원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놀랐지만, 내 일처럼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은우가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모두 감동이었다. 요즘 시골학교는 예전과 달리 도시의 학교들보다 더 좋은 곳이 많다고 들었다. 적은 학생 수 덕분에 선생님들이 좀더 집중 케어가 가능한 부분이라던지, 특성화 교육이나 방과후 교육, 특활 등 여러가지 특별 교육들이 잘 되어 있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을 것 같고. 전이라면 절대 생각해보지 않았을 시골학교, 시골마을에 대한 생각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때때로 떠올려보게 된다. 집을 무료로 제공해주며 전학을 호소하던 학교가 있었던게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튼, 따뜻한 성장 동화 한편이었다. 정겨움이 가득 묻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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