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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악당들
고은재 지음 / 동아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여전히 전자책을 비선호 하는 까닭에 전자책 1위로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는 이 작품을 종이책 출간으로 알게되었다. 그래서 오랫만에 냉큼 집어들었다. 오피스 로맨스물로 간만에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기게 했음에도 정작 나는 사내 연애 혹은 직장, 업무 관련 인물과의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뭐지?! 진짜 그렇네?! 왜지? 곰곰히 생각하니 제일 처음 직장생활 몇년은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생각도 안했었고, 그 다음 직장은 언니들이 더 많았다. 남자직원들도 분명 있었으나 거의 결혼한 사람들이었고 무엇보다 회식때마다 본 그들의 모습은 '이런 남자는 만나면 안돼!'나 다름없었다. 그리고나서 자리잡은 직장. 임원 비서실에서 근무한 탓에 주로 과장 이상급 직원들만 얼굴을 익혔고 사원 혹은 신입사원은 알길조차 없었다. 물론 회식때 충분히 볼 기회는 있었을 테지만, 회식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임원분이 참석하시면 임원분 챙겨드리느라 내 자리는 고정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얼마 후 지금의 남편을 소개팅으로 만났으니 뭐. 그게 아니라도 회사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았을거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본 회사 사람들의 모습은 충분히 질리고도 남았으니까. 직급이 올라갈수록 어쩜 그렇게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을 정도. 그런데 이런저런걸 다 떠나서 내 직장생활을 아무리 통틀어도 연애 대상으로 여길만큼 멋진 남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다닌 직장 남자들만 그런건가?!
씨앗 한번 심어본 적 없는 내 오피스 로맨스 생각은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평일의 악당들>을 이야기하자면 탄탄한 스토리로 깨알 재미와 은근한 떨림, 거기에 직장생활의 애환까지 모두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대학생 선후배로 만나 같은 직장의 선후배가 되어 가늘고 질긴 인연을 밧줄로 만들기까지 참 힘든 여정이었으나 그덕에 평생의 진짜 내 사람을 알아봤으니 그걸로 충분히 만회가 되고도 남았다. 송하 캐릭터도 좋았고, 제현 캐릭터도 좋았다. 여린 듯 하면서도 강단있고, 되도록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며 불의에 기죽지 않고 할말 딱딱 해가며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송하, 외모, 능력, 후배 챙기는 다정함, 그러면서도 적당히 선을 그을 줄 아는 깔끔함에 은근한 로맨티스트인 제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이 두 사람의 조합이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였다. 두 사람이 겪어내는 직장생활도 실제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고, 진상 중의 진상으로 나오는 상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사인지라 한번씩 이를 악물고 봐야했다. 하여튼, 직장에 꼭 이런 인간들 있더라?!!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나 역시 최악의 상사를 만나본 적이 있고, 말도 안될 것 같은 일들도 여러본 보고 겪은터라 그들의 고된 직장생활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송하와 제현의 동료들이 너무나 괜찮은 인물들이라는거!!! 조연들도 박수 짝짝!!!
재미있다는 소문은 과장된게 아니었다. 이렇게 탄탄한 오피스 로맨스물 만나기 쉽지 않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두가 아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 이거 하나만 빼고!! 회사에 제현 같은 남자가 있을 확률, 그 사람이 내 사수가 될 확률, 또 그 사람과 연인이 될 확률은.. 번개 맞을 확률과 같을 것 같다는 것 빼고 말이다. 하하.. 엄청 달달한 로맨스를 바라다면 좀 아쉬울 수 있지만, 나는 이런 깔끔하면서도 예쁜 로맨스도 참 좋더라. 간만에 읽은 괜찮은 로맨스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