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어진 날 단비어린이 문학
조영서 지음, 이여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참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육아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남자는 일해서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다. 아무리 여자가 맞벌이로 돈을 벌고 있어도 가사와 육아 역시 함께 책임져야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느끼고 그렇게 알고 있다. 어쨌든 그래서일까. 보통 아이에게는 아빠보다 엄마가 더 가까운 보호자다. 전에 인터넷상에 떠돌던 이야기 중 한 초등학생이 아빠는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라고 답했다는 글이 씁쓸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빠였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먼 존재일 뿐이었던 것이다. 아침에 눈 뜨기 전에 출근해서 자고 있으면 퇴근하는 아빠. 주말조차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 그런 아빠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존재였겠나. 성장해서 똑같이 아빠의 입장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아빠가 짊어졌을 가장의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놀아주고 싶어도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한채 일을 해야했을 아빠의 심정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성인이 된 아이와 아빠의 관계를 다시 재정립하기엔 서로 참 어색하고 힘들다. 물론 매우 가까운 관계도 있지만, 대부분 아빠와의 관계에 거리감을 느낀다.


자신의 아이에게는 자신이 보고 자랐던, 느꼈던 아빠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의 아빠가 되기 위해 요즘의 아빠들은 육아동참에 적극적이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이런 아빠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4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빠는 참 다양한 모습이었다. 새아빠, 하늘나라로 떠난 아빠, 이별하는 아빠, 폭력적인 아빠. 4명의 아빠들을 통해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아빠는 어떤 아빠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나에게는 오래전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우리 자매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시간날 때마다 놀아주고 챙겨주던 아빠가 있었다. 딸 바보였던 아빠가 우리 자매들에게는 참 큰 존재였고 보호자였다. 첫번째와 두번째 이야기를 읽다보니 우리 아빠가 생각이 났다. 아마 아이들도 읽으면서 나처럼 자신에게 아빠의 존재는 어떤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될거라 생각된다. 지금은 '아빠 = 돈 벌어오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좀더 가까운 존재이자 든든한 보호자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아빠들이 노력을 해야겠지만 말이다. 이야기들을 통해 어른들 역시 자신이 아이에게 어떤 보호자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보호자이고 어떤 부모라 느끼고 생각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너무 어린 아가들이라 물어볼 수 없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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