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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ㅣ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양이의 머리와 등은 까만색, 얼굴과 배, 발은 하얀색이야. 얼핏 보면 펭귄 같기도 해. 흔하지는 않지만 보기 드문 생김새도 아니지.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제 몸집만 한 여행 가방을 갖고 있다는 거야. 왜 있잖아. 손으로 끄는 바퀴 달린 가방 말이야. - P. 7
어느 비가 오던 저녁, 한 아파트 경비실에 까만 고양이 한마리가 찾아온다. 너무도 당당하게 뒷짐을 쥐고는 하룻밤을 청하던 고양이의 이름은 깜냥이었다. 할아버지는 탐탁지 않아했다. 주민들이 싫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비원들이 젊은 사람으로 교체되거나 수를 줄이기 위해 해고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주민들에게 밉보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미 경비실에 들어와 자리를 잡은 고양이를 다시 내쫓기엔 비가 너무 내렸다. '어쩔 수 없지.. 하룻밤 뿐인데 뭐. 무슨 일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얼렁뚱당 하룻밤 동거를 허락했다.
저녁을 먹자마자 깜냥은 잘 준비를 했어. 가방에서 이불을 꺼내 경비실 바닥에 깔고 베개, 눈가리개, 귀마개도 준비했지. 이불 위에 배를 대고 엎드린 다음 베개에 턱을 괸 채 말했어. "원래 아무 데서나 안 자는데 밤새 비가 쏟아질 것 같더라고요." - P. 11
늦은 저녁으로 라면을 챙겨먹으려던 할아버지는 번갈아 경비실로 찾아와 할말만 쏟아내고 사라지는 주민들 때문에 제때 편히 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 치워라, 유리병이 깨져있으니 치워라... 결국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처리한 뒤에야 불어터진 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참치캔을 얻어먹은 깜냥은 본격적으로 잘 준비를 한다. 할아버지는 그런 깜냥에게 잘 자라고 하고는 순찰을 나섰다. 그런데.. 자꾸 경비실로 인터폰이 울린다.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깜냥이 인터폰을 받고 말았다. 아이들의 장난이었다. 잘못하면 계속 인터폰으로 장난을 칠 것 같다는 생각에 깜냥은 아이들의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집을 방문해보니, 이게 왠일. 어른도 없이 어린아이 둘만 덩그러니 집 안에 있었다. 한숨을 폭 내쉰 깜냥은 어른이 올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기로 한다. 아이들은 깜냥 덕분에 엄마가 올 때까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깜냥은 다시 경비실로 복귀한다.
다시 잠을 청하려던 순간, 또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층간소음 문제였다. 인터폰으로 해결이 되지 않자, 이번에도 직접 방문을 하는 깜냥. 한 소녀의 춤연습 때문에 벌어진 층간소음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아랫집 사람들에게 참으라고 전하라며 적반하장이다. 이 일을 어쩐다.. 고민도 잠시 깜냥은 이번에도 멋지게 일을 해결했다. 경비실로 복귀 하자마자 또 한건의 일을 해결하고 드디어 할아버지와 다시 만났다. 다음날 아침, 깜냥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고양이 경비원을 찾는 것을 본 할아버지는 깜냥을 조수로 삼기로 한다. 정식으로 조수가 된 깜냥!! 다음은 또 어떤 일들이 깜냥을 기다리고 있을까?
귀여운 해결사 깜냥의 이야기는 감동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할아버지를 함부로 대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들었고, 아이들만 있거나 아이들로 인한 층간소음 문제들은 한숨이 절로 흘러 나왔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고, 덕분에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시리즈로 출간 예정이라는데, 정말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동화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