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
정경화 지음 / 틈새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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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스로 하게 내버려 두면 깜짝 놀랄 만한 걸 만들어 냅니다. 창의성은 아이들이 각자 공부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때 길러지는 능력입니다. 과학 도전 프로젝트라는 이 수업도 과학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이 건의해서 만들어졌죠. 학교는 학생들이 하고 싶다는 활동을 최대한 지원할 뿐입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만큼 집중도와 성취도가 높습니다."  - P. 27

일선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믿고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교장이다. 핀란드 학교 내 교장과 교사 간 역학 관계는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 일단 교사들이 교장을 자신의 상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한다. 한국처럼 교무실만한 교장실을 따로 쓰지도 않는다. 교장은 학교의 리더이긴 하지만 행정가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학교의 교육 철학을 결정할 뿐 아니라, 예산 배분이나 교사 임용, 수업 시수 분배 및 팀 구성, 학부모 관계 등 광범위한 행정 업무를 맡는다.  - P. 45

핀란드 사람들은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가 적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한다. 내 처지를 남과 비교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만약 대학을 졸업한 친구는 월 500만 원씩 받는데, 고등학교만 졸업한 나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다면, 혹은 한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도 대학을 나온 사람이 더 빨리 승진하거나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차별이 발생한다면, 제 아무리 핀란드라도 '대학에 꼭 가야 한다.', '내 자식은 대학에 꼭 보내야겠다.'는 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50% 가까이 임금을 더 받고, 석.박사 학위가 있으면 연봉이 거의 두 배로 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도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핀란드의 경우 고졸과 전문대 및 대학 졸업자의 임금 격차가 4~7% 정도다. 대학에서 최소 5년을 보낼 만큼 열심히 하고 싶은 공부가 있는게 아니라면, 또 학력과 무관한 직업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곧장 취업해도 그만인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월급이 오르기 마련이라, 대졸자가 첫 직장을 잡을 때쯤엔 고졸 취업자도 그에 못지않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 P. 56-57

핀란드의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은 높은 세율을 바탕으로 유지된다. 돈 잘 버는 대기업에 잔뜩 세금을 매기는 게 아니라, 일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득의 35% 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핀란드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에선 핀란드의 무상 급식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아요."라고 몇 번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이 중 한명이었던 대학생 테르히는 "공짜가 아닌데요?"라고 잘라 말해 나를 무안하게 했다. 급식을 먹는 학생 개인이 급식비를 내지는 않지만, 나의 부모, 옆집 아저씨 아줌마가 성실히 일해서 번 돈을 세금으로 내서 만든 제도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이 물이나 공기처럼 정말 공짜로 제공받을 수 있는 자연 자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누군가가 그 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데, 마치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해요." 학부모들 역시 "내가 정부에 세금을 낸 만큼 돌려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 교육, 무상 급식 제도는 어디서 넝쿨째로 굴러 들어오는 호박이 아니다. 자기 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뚝 떼어 세금으로 내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뤄져야 한다.  - P. 67-68

나라를 운영하고 복지 제도를 유지하려면 정부 곳간에 돈이 있어야 하고, 곳간에 돈이 들어오려면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세금을 내줘야 한다. 놀면서 복지 혜택을 받는 '무임승차자'가 적고,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인구가 많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훌륭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그런 시민을 길러 내는 게 핀란드 교육의 목표였던 것이다. 핀란드 교육위원회는 '교육은 사회 경쟁력과 복지의 중요한 근간'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 P. 95

핀란드 사람들은 돈이 많고 일이 바빠도, 가정부를 고용하는 일이 드물다.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일이 어쩐지 부끄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을 스스로 깨끗이 청소하고, 내가 자고 일어난 침대는 스스로 정리하고, 내가 먹을 밥은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한다고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다. 아이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챙겨 줘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신의 두발로 설 의무도 있다. 스무 살 이후 대학에 갈지 일을 할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권과 책임은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  - P. 186

핀란드의 사회 안전망, 즉 복지 제도는 시민 한사람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생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살아가는 동안 부모나 배우자,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돼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가 육아 수당을 받는다. 갓 태어난 아이도 최소한 자기 기저귀 값 정도는 자신이 대는 셈이다. 부모는 보통 오후 6시면 칼같이 퇴근해 자녀와 시간을 보낸다. 학원이 없으니 자녀 사교육비를 댈 필요도 없다. 대학에 가든 취직을 하든, 아이는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한다. 실직한 경우에도 가족의 도움 대신 실업 급여를 받는데, 구직 활동 또는 재취업 교육을 받는 조건하에서다. 개인으로서도 빨리 일자리를 찾아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는 세금을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후에는 연금을 받며 자신의 삶을 꾸려 간다. 병이 들어 더 이상 삶을 자기 힘으로 영위할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도움을 받는다. 이때도 자녀 대신 국가가 돕는다. 의료비는 공공 보험이 해결해 주고 간병은 사회복지사가 해 준다. 자녀들은 부모와 산책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어 준다. 부모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시간을 함께 보낸다.  - P. 194

나는 핀란드가 무상 교육과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남의 나라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우라나라와 어떻게 비교가 되고 있는지 등등.. 사실 그간 크게 생각해 본적도 관심을 둔적도 없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있는 지금에서야 조금씩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보고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 핀란드인들의 철학은 정말 엄지 척 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핀란드인은 '사교육을 시켜 좋은 직장에 보내는 건 손해 보는 투자', '아이가 공부를 하든, 기술을 배우든, 예술을 하든, 나중에 제 밥벌이를 하고 제 몫의 세금을 내는 시민이 되면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늘 자유학기제처럼 공부를 하니 1등과 꼴찌가 없고, 아이들은 자신이 흥미와 관심이 가는 공부로 재미있게 수업을 하니 학업성취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교육 환경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산타클로스의 나라로 알고 있었기에 언제 한번 여행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작은 나라 핀란드. 다른 것은 몰라도 그들의 사고와 교육 환경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 아이가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에 끼어들기 전에 핀란드와 같은 환경에서 공부 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이들의 제도를 우리 나라 실정에 맞게 장점들을 가져와 변형을 시켜 실제로 활용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나라 아이들도 조금은 아이들 다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고졸이든 대졸이든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해도 크게 차별받지 않는 임금과 사람들의 태도 또한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라 생각했다. 우리도 이제는 실무 위주로, 경력 위주로 일하는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많은 곳에서 현장을 모르면서 현장을 지휘하는 탁상행정이 난무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지금의 실수를 줄여 좀더 나은 환경과 미래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바꾸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기 위한 직업 체험 제도 또한 본받고 싶은 제도였다. 실무 위주로 직접 옆에서 보고 보조하며 현장을 경험할 수 있으니 아이들에겐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핀란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공부법을 고민하고 바꾸려 노력한다. 그리고 제도는 선생님들을 뒷받침 해주고, 부모들은 그런 선생님들을 믿는다. 신뢰와 믿음, 그리고 제도적 뒷받침이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국민들 모두가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소득의 35%를 세금으로 내는 나라. 덕분에 가난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나라. 교육의 기회가 평등하다는 것,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자신만의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만큼 특별하고 멋진 제도가 또 있을까! 앞으로도 핀란드의 교육 제도는 계속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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