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기다려, 오백원!

기다려, 오백원! ㅣ 단비어린이 문학
우성희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3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네 편의 짧은 동화들이 담겨있는 동화책을 만났다. 네 편의 주인공 아이들은 모두 이별을 경험했거나 할 예정이다. 어른이 되어도 적응이 되지 않고, 상처가 되는 것이 이별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다행인건 이야기 속 아이들에겐 이별의 상처를 보듬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별의 아픔에 상처받은 아이들의 모습은 마음 아팠지만, 그 상처를 치유받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야기 속 아이들처럼 실제로 이별의 상처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아물게 해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별이든 상처가 되지 않는 이별은 없지만, 어떻게 이별을 하느냐에 따라 상처의 깊이가 다른 법이다. 아이때 받은 이별의 상처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물지 않고 곪다가 결국 마음의 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병이 되기 전에, 상처가 곪지 않도록 현실의 이별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모든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 이야기는 도경이라는 남자아이와 백이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주인공이다. 짝궁의 이름도 모를 정도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들이 걱정된 엄마는 옆집 강아지를 산책 시키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십분에 오백원. 하지만 도경이는 강아지를 싫어해서 단번에 거절하려 하지만, 열심히 모으면 생일날 가지고 싶은 레고를 살 수 있을 거란 계산에 선뜻 거절도 하지 못한다. 얼결에 시작하게 된 산책 알바. 그런데 그때부터 신기하게 평상시에는 눈여겨 보지 않아 몰랐던 것들이 도경이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에 그렇게 많고 다양한 강아지들이 있다는 것, 강아지들도 취향이 있다는 것 등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아이와 강아지가 서서히 친해지는 과정이 참 예뻤다. 한편으론 백이 겪어야 할 이별에 가슴 아팠다. 백은 병을 앓고 있는 주인 할머니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었던 것. 백은 다행히 든든한 새 가족을 미리 만들어 두게 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강아지들이 주인의 죽음 후 보호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면 다행이지만, 많은 강아지들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이 아니라도 버려지는 강아지들의 워낙 많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한번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세번째 이야기는 별이라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별이는 곧 새엄마를 맞이할 예정이다. 그런데 새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별이는 싫기만 하다. 아빠가 친엄마를 더이상 그리워하지 않는 것 같아 아빠도 곁에 없는 엄마도 밉기만 했다. 그래서 아빠의 결혼 방해 작전을 실행한다. 분식집을 하는 새엄마 후보에게 깡패처럼 굴어서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새엄마 후보는 너무 상냥했고, 도움을 청한 아이들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약간의 일탈을 감행한다. 그러데 이 일탈이 뜻밖의 감정을 몰고 온다. 아이 다운 반항심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찡한 이야기였다. 이별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과 마주해야 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되도록 상처를 덜 받는 이별을 했으면 좋겠다. 상처의 치유를 도와줄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이별이 없기를 바란다. 모든 이별이 슬픔과 분노보다는 아름다운 이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