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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ㅣ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옛 이야기들을 보면 남녀의 역할이 분명하다. 늠름하고 용감하고 멋진 왕자님과 아름답고 상냥하고 착한 공주님. 공주는 언제나 위기에 빠지고 당연한듯 그런 공주를 구해내는 것은 왕자다. 워낙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지만, 요즘 시대와 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몇년 전부터는 동화를 비틀어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동화 속 악당들이 왜 악당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등장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기존의 동화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꽤 찾아보고 즐겨보는 편이다. 워낙 동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다 이번에는 '용감한 공주'가 등장하는 그래픽 노블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 시리즈는 평소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터라 이번 이야기도 믿고 선택을 했더랬다. 도착한 책은 전혀 예상치 못한 얇은 두께의 책이었다. 그래서 10분 남짓.. 정도에 후루룩 읽어버렸다. 정말 후루룩. 순식간에.
읽고 참 당황했다. 제목이.. 스포였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결말에 놀랬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 내가 놀란건 나 역시 그간 너무나 당연하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이야기 자체도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색다른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이야기 흐름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 중간 과정이 거의 없다시피한 이야기 흐름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마지막 결말에 그렇게까지 황당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이야기에는 용감한 공주가 등장하는 대신 소심한 왕자가 등장한다. 의도는 분명했다. 왕자이기 때문에 지워지는 압박감, 남자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게 되는 남자 역할에 대한 기대와 시선들. 이 모든게 편견이고 차별이라고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왕자도 소심할 수 있고, 눈물이 많을 수도 있으며 용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라고 동화책 속 왕자에 대한 환상을 깨주고 싶었던 것 같다.
공주 역시 마찬가지. 그저 누군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연약하고 착하기만 한 공주를 벗어나 진취적이고 용감하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공주가 등장한다. 일반적인 이야기 속 공주와 왕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은 주인공들이 좀더 현대에 맞는 캐릭터들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 내용이 좀더 풍부했더라면 독특하고 참신한 작품으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말이다. 동화 속 공주들과 정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공주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얼마나 당연하게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남자와 여자, 분명한 차이는 있다. 하지만 그 차이로 인한 당연한 역할과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좀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편견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