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김명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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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질기고 질긴 인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초등학교 동창 4인방이 있었다. 민우, 준태, 순덕, 은주. 남자들은 은주를 좋아했고, 은주는 둘 사이를 저울질 하며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순덕이는 민우를 좋아했다. 남자들은 우월한 남자를 선호하는 은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그야말로 온갖 것을 경쟁했고, 시합을 하다가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하는 일도 있었다.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은주는 누구 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다 준태와 은주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고, 순덕이는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면서 이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그렇게 이때의 일은 모두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으로 남을 줄 알았다. 순덕이를 제외한 세 사람이 6년 후 대학생이 되어 재회를 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회한 세 사람의 관계는 초등학교 시절의 관계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두 남자는 여전히 은주를 사이에 두고 경쟁했고, 은주는 적당한 선을 긋고 두 남자를 만났다. 이 때문에 민우와 준태는 또 다시 위험한 시합을 벌였고 이 일로 민우는 평생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두 남자의 행동에 심한 충격을 받은 은주 또한 두 사람을 보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세 사람의 관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던 민우는 사법고시를 패스해 검사가 될 예정인 준태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자진 포기를 했고, 그렇게 세 사람의 관계는 정리가 되는 듯 했다. 연락도 만남도 없이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어엿한 굴지의 전자회사에 입사한 민우는 우연히 은주와 재회하게 된다. 당시 은주는 준태와 사귄지 1년쯤 된 상태였지만, 준태의 상황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있던 차였다. 준태의 프로포즈는 계속 이어졌지만 은주가 신앙과 준태의 심성 때문에 망설이던 중이었고, 그러던 중에 민우와 다시 재회했던 거였다.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어 재회한 민우와 은주는 결혼을 하게 되었고, 예쁜 딸 하은이도 얻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하은이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이 일로 민우와 은주 사이는 틀어졌고, 민우는 거의 폐인 직전에 다다른다. 대체 왜 민우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걸까?


하은이의 실종에 얽힌 이유를 알게되고나서 정말 소름이 끼쳤다. 얼마나 오랫동안 원한을 간직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이게 원한이 될만한 일인가? 그저 소름돋는 집착이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범인은 무서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집요했다. 긴 시간 기다리고 준비한 범행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끔찍하게 잔인했다. 그 어린 아이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거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초반에 왜 이야기가 4인방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가 했는데, 모두 결말을 위한 포석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막힘이 없었고 나쁘지 않았지만, 민우와 준태, 은주의 만남에 우연이 너무 겹치니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은주 캐릭터는 순수는 무슨, 너무 여우에 계산적으로 그려졌고. 어떻게 좋게 설명한다해도 어쨌든 그녀가 아주 어려서부터 두 남자를 손에 쥐고 간을 보며 경쟁을 시킨거니 말이다. 승자만이 미인을 차지할 수 있다는 듯이. 그리고 마지막. 진심으로 나는 이 부분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다. 민우와 은주가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 용서와 화해를 건네는 장면. 범인이 딸에게 한 모든 일이 정말 용서가 가능하단 말인가. 신앙이 없는 나로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니 같은 신앙을 가졌다고 해도 이해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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