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읽는 채근담 - 가슴을 채우는 지혜의 징검다리 에세이로 읽는 동양고전
홍자성 지음, 이규호 해제 / 문예춘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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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근담(菜根譚)은 ‘하늘’을 읽고, ‘땅’을 읽고, ‘사람’을 읽는 것과 같다. 그 이유는 채근담의 문장들 속에 하늘의 오묘한 섭리, 땅 위의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짧은 한 문장, 단 한 구절 속에서도 인생을 꿰뚫는 통찰과 성찰의 깊이가 느껴진다. 마치 연극의 무대처럼, 장면 하나하나에 삶의 진실이 숨어 있다.


채근담은 읽을수록 그 맛이 깊어진다.

- 한 번 읽으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 두 번 읽으면 ‘인생의 이치’를 깨닫게 되며,

- 세 번 읽으면 ‘천지자연의 도리’를 체득하게 된다.

그만큼 채근담은 일회성 텍스트가 아닌, 반복해서 음미할수록 더 많은 의미가 드러나는 지혜서이다.


각 구절은 삶의 순간순간에 따라 다르게 읽히며, 어떤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나침반처럼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 부귀한 사람에게는 경각심을,

- 가난한 사람에게는 위안을,

- 성공한 사람에게는 겸손을,

- 실패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준다.


 이 책은 전집 225장과 후집 134장으로 구성된 원래의 『채근담』 중에서, 전집의 내용을 중심으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후집은 원문 그대로 실어두어 독자가 사색과 명상의 여지를 갖도록 구성했다. 전후집 모두 주제의 중복이 많고, 삶의 본질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만으로도 충분한 깨달음을 줄 수 있다.

 또한, 저자는 단순한 해석에 그치지 않고, 서양 철학자, 시인, 종교인의 말과 비교함으로써 동양과 서양 사상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예를 들어,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에픽테토스의 금욕주의, 혹은 장자의 자유로운 영혼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자연주의 철학 등을 연결 지으면서, 고전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어 가볍게 읽기에 좋다. 손으로 필사하기에도 적합하며, 한문 공부용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읽거나, 지하철이나 해변 같은 일상 속에서도 편안히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장을 무작위로 펼쳐 그날의 메시지를 받아보는 ‘하루 운세처럼 읽기’ 방식도 추천한다. 그렇게 무심코 마주친 한 구절이, 그날의 감정에 위로가 되고 인생의 힌트를 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靜中觀心,無非妙境 動中守道,總是禪機

고요함 속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묘한 경지이고,

움직임 속에서도 도를 지킨다면 모든 것이 선의 기회가 된다.

→ 고요함과 움직임 모두에 삶의 진리가 깃들어 있다는 의미다.


持身如泰山之重, 處事如鴻毛之輕

자신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태산처럼 무겁게 하고, 일을 처리할 때는 기러기 털처럼 가볍게 하라.

→ 무게 있게 자신을 지키되, 세상사에는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말한다.



'문예춘추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99. 순조로울 때 자신을 돌아보라

장맛비로 목욕을 하고 폭풍으로 머리를 감는다는 옛말이 있다. 극심한 고생을 참고 견디며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빗댄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그만큼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괴롭다는 말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많은 어려움을 당해 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은연중 내포하는 것 같다.
역경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행복할 수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역경을 사랑하듯 감싸안으며 말한다. 이를테면 디즈레일리의 ‘역경보다 나은 교육은 없다‘든지, 세네카의 ’불은 쇠를 단련시키고 역경은 강한 사람을 단련시킨다‘, 또 에머슨의 ‘역경은 청년에게 찬란한 기회이다’ 등이 그렇다.
그렇게 본다면 역경에 처했을 때 주위의 모든 어려움은 침과 약이 되어 한 인간을 보다 강인하게 만든다는 얘기가 된다. 순조로울 때의 주의는 칼과 창이 되어 한 인간을 끝없이 마모시킨다는 얘기가 된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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