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하여 1
이문열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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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주인공 '황제'와 그 아비를 비롯 그 측근들과 황제 자신의 고향이면서도 대국 천하의 한 기점이 되고자 했던 흰돌 머리 마을에 관한 예기로, 작가 이문열은 '황제를 위하여'에서 황제의 신비하고도 놀라운 미신적이고도 계시적인 잉태의 예언과 그 태어남에서부터 그 황제가 운명을 다하여 세상을 하직할때까지의 일대기와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그 우스꽝스런 업적들을, 전 근대적인 유교적인 생활습관과 의식(황제의식)에 사로잡혀있던 내용들과 결부시키어 어려운 옛서체의 형식을 취하여 전개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이책은 일반인의 눈에 보면 한없이 허왕되 보이고, 그를 하나의 신앙과 같이 받들며 따르던 무리(우발산 등)의 눈에 보면 천고의 세월을 보내고 '남조선'이라는 나라를 새로이 건국했던 위대한 황제의 삶의 전과정의 서술이다.

황제의 삶을 끝까지 문어체로 서술해 나간 작가의 필체와 반대편의 논의에 대한 작가의 두둔은 오히려 황제의 행동들과 삶을 어리석게 보이게 했다. 또한 가끔 오직 황제라는 의식에 사로 잡힌 황제 그 자신의 행동은 엉뚱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직 '황제'로만 길러졌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칭송받으며 커갔던 황제로서의 삶은 어떻게 보면 그의 습관인 동시에 삶의 뿌리였음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황제임에 믿어의심치 않았던 그의 삶과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죽으면서 까지 '황제'에 대한 편집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여주었던 그의 언어와 행동거지들은 결코 비난받을 수 없는것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꼭 이러한 황제같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종교인이건, 어떤 특수한 계층의 지도자이건 아니건 간에 자신이 꼭 '황제'가 되어야 한다는(지배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에 사로 잡혀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은 아무일도 않하고 마치 그냥 떠받들여 지기만을 원했던 황제처럼 그러한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비약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속박하려 하고 말로써 다른 사람을 농간하려 하며 자신이 최고다라는 자신감 아래 다른 이들을 모두 자신의 하위권에 두고 있는 그러한 어리석은 이들을 말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이 먼저 경험하고 희생하는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무리 어렵게 살아도 언제나 위하여 살려 노력하고, 마음가득 행복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황제가 아닐까...? 오늘날의 사회는 결코 그러한 황제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있겠지만, 문학속의 삶은 좀더 커다란 이상과 꿈을 꾸게 하는것이고 이러한 이상을 잃어버리고 산다면 우리네의 삶은 좀더 거칠어질 것이다.

어쨌든 '황제를 위하여'는 고전에 대한 많은 이해와 더불어 인간 삶의 성찰을 꽤하게하는 좋은 책으로 보고싶다. 우리모두 '황제를 위하여'를 읽자. 그리고 종교인들이나 지도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권유하는 바이다. 자신은 과연 그 '황제'의 모습이 아닌지 말이다. 또한 우리모두 이상적인 황제의 삶을 도모하자. 자신의 마음이 황제처럼 풍요롭다는데, 그 누가 뭐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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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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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솔직히 이 책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읽기를 끝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독자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도저히 이책에 대한 나의 느낌들을 적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것만 같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한 류의 짧막 짧막한 story가 있는 이 에세이집은 류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맛과 함께 묘한 쾌락을 가져다준다. 어떤이는 그것을 '관능'이라고 보고있는것 같다. 아무튼 <모든 남자는 소모품이다>라는 류의 책에 관해 누군가가 '어느 쾌락주의자의 보고서'라고 평해 놓았던 것과 같이,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은근한 쾌락적인 '맛'으로 다가왔다. 맛과 섹스는 상통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맛은 여자다. 여자는 섹스다. 섹스는 쾌락적이다.

류만의 거침없고 솔직한 필체로 한편 한편 써 나간 이 책은 어딘가 모를 통쾌함마져 주었다. 나 또한 외국생활을 했을때 은근히 느꼈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에서 오는 열등감을, 류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생모시 조개에 관한 예기를 엮어나갈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아시아인에 대한 자부심마저 볼 수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세상에 햄버거만큼 상상력이 빈곤한 음식은 없어, 자네들은 그걸 잘 알면서도 위대한 아시아에 대해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않아.'

그는 정말이지 멋지게 사는 남자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와인...에서도 그랬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가 좀더 엘레강트해지고 상류계층의 사람이 된 느낌이다. 가장 밑바닥 삶에서 부터 높은 상류층의 삶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섭렵하고있는 류의 글 세계는, 언제나 거침없고 자신감있다. 나는 이것이 참 부럽다. 그리고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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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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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에 내가 택한 류의 책은 '교코'였다. 이 역시 도저히 손을 못떼게 하는 중독성이 강한 책이었다. (나는 류의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때, '중독성이 강한 책'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의 중독은 코인로커 베이비스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인.더.미소 수프를 읽고 있을때와 같이 미칠것 같은 우울함과 퇴폐적이면서도 깊은 나락의 어두운 무게감을 주는 그런 류의 중독성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에서의 떨림과 흥분. 그런 류의 중독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희망이며 감동이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싶어했던 것이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는 나에게 있어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둔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정확하게 나에게로 들어와 정 중앙에 깊히 꽂혔던 것이다. 류와 나는 진정으로 함께 호흡하고 떨리는 감정들을 함께 엮어 나갔던 것이다. 가슴깊은 곳으로 부터 부풀어 오르는 주체못할 벅참, 그리고 감동... 류의 글세계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보면 류의 글을 읽으면서 잊어버렸던 사실 하나...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이건 '감동'을 주는 글을 참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멋진일이다. 교코라는 한 일본 여성이 그랬고, 미국 국적을 가진 쿠바계 댄서, 호세가 그랬다. 호세의 전 삶 과정과, HIV를 겪으면서 그가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동 하나하나들이 묘한 감동으로 나에게 스며들어 왔다.

교코라는 여성... 어쩐지 전형적인 일본 여성의 한 면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내 주위에는 어렸을때부터 늘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커가면서 가지게 되었던 그들에 대한 감정은 썩 좋은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런던의 일본레스토랑들에서 웨이츄레스로 일하면서 극대화 되었다.

하지만, 교코는 나에게는 원래 그런것...이라며 냉소지었던 일본 여성들의 모습을 굉장히 신선하면서 좋은 이미지로 바꾸어준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아마도 일본인이라는 작자의 관점에서 본 일본 여성의 이미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아, 여기서 류의 이상적인 여성관에 대해 엿볼 수도 있었던것 같다.) 암튼, 나는 지금 일본 여성 다시보기에 돌입했다. 그녀는 류에게서나 나에게서도 참으로 멋있는 여자이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것은 다른 작품(내가 읽은 류의 소설이라고 해봤자 여태까지 겨우 세 작품에 지나지 않지만)들이 상황 묘사를 주로 해 나감으로써 글을 전개해 나갔던 것에 비해, 이 글에서 류는 사람을 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소설의 흐름을 이끌어 놓았다.

이것은 나에게 그가 '참 날카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동시에 그가 단순히 소설가뿐이 아니였다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더 없는 감동의..., <교코>.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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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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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요소들을 그대로 옮겨 담은 듯한 책. 마약, 섹스, 음악, 술, 커피...레디오헤드의 음악을 듣고, 말보로 레드를 방안 자욱히 피워대며, 점점이 비워져가는 맥주 캔들, 그리고 아래가 축축히 젖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이'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세대의 자유함이다.

이 책을 읽고 지은 연도를 확인 하고는 깜작 놀랬다. 아직도 내가 태어나기 이전이 아닌가!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이 받아들여지기에는 한참 멀었을 법한 그 시기에,일본에서는 이미 활자화 됬을뿐만 아니라 유명한 상을 차례로 받았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랬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워낙 성문화에 대해서 개방적인가...? 라고도 생각해보았지만, 우리 나라와 일본간에 15년이라는 경제적 차이가 난다는 한 일본 친구의 말이 이러한 것과도 연관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언제나 책 읽기는 재밌어야 한다. 류는 언제나와 같이 글을 써 감에 있어 '재밌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처녀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가 되고 싶어하는 소설속의 젊은 류는, 어떻게 보면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싶고 인정받고 싶을 뿐만 아니라 한 선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내비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인가 되고 싶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모든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나싶다. 어떻게 해서든 바꿀 수 없는 이 사회에 절망하면서도, 때로는 저주하면서도 무엇인가가 '되고'싶어한다. 선구자가 되고 싶어한다. 만약 다른이가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고백하고 싶다.

단순히 약을 하고, 그룹 섹스, 프리 섹스를 하고, 몸을 병들게 하면서도 너는 우리와 무언가 다를 수 있다, 음악을(플룻) 계속 하라는 오키나와의 류에 대한 요청처럼 류는 우리 세대 사이의 하나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그리고 그것은 곧 '자신'이다.

마지막으로, 세대를 넘어서 몇 십년이 흘러 강산이 바뀌어도, 또다시 그 세대가 오면 똑같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써 낸다는 것은... 진실을 써 내는 것이고, 명작을 써 내는 일이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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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미소 수프
무라카미 류 지음, 정태원 옮김 / 동방미디어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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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즐거운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신문에 연재 했던 글이라 그랬는지, 류 글 세계의 특수성이라 그런건지... 암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책이다. 단 삼일 안에 일어났던 일이라 믿기 어려울만큼 내용의 양에 있어서도 큰 편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 글 전체에 나타난 인물들의 다시말해 류가 말하고자 하던 내용의 전부가 아니라 생각한다. 분명히 류는 글을 쓰고 멋쩍은 완결을 지으면서도 또 다른, 더욱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게다. 그것을 독자로부터 하여금 상상케 한다. 류 자신이 상상하고, 독자로부터 상상케 함은 정말이지 멋진일이다. 판타지의 세계, 그러면서도 한없이 현실에 가까운 세계.

류의 글을 읽으면서 일본 사회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일본 사회를 들여다 보는 눈을 내게 갖게 해주었다.) 간간히 나타나는 류의 시각이 좋았다.겐지를 통해서 나타난 일본이라는 사회, 덧붙여 프랭크를 통해서 나타난 류의 의문과 세계화. 즐거웠다.그러면서 우리 안에 나타나 있는 사회를 돌아보고, 전 세계에 나타나있는 현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흥분과 긴장, 떨림.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인. 더. 미소 수프를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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