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이번에 내가 택한 류의 책은 '교코'였다. 이 역시 도저히 손을 못떼게 하는 중독성이 강한 책이었다. (나는 류의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때, '중독성이 강한 책'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의 중독은 코인로커 베이비스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인.더.미소 수프를 읽고 있을때와 같이 미칠것 같은 우울함과 퇴폐적이면서도 깊은 나락의 어두운 무게감을 주는 그런 류의 중독성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에서의 떨림과 흥분. 그런 류의 중독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희망이며 감동이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싶어했던 것이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그는 나에게 있어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둔것이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정확하게 나에게로 들어와 정 중앙에 깊히 꽂혔던 것이다. 류와 나는 진정으로 함께 호흡하고 떨리는 감정들을 함께 엮어 나갔던 것이다. 가슴깊은 곳으로 부터 부풀어 오르는 주체못할 벅참, 그리고 감동... 류의 글세계의 또다른 면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보면 류의 글을 읽으면서 잊어버렸던 사실 하나...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이건 '감동'을 주는 글을 참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멋진일이다. 교코라는 한 일본 여성이 그랬고, 미국 국적을 가진 쿠바계 댄서, 호세가 그랬다. 호세의 전 삶 과정과, HIV를 겪으면서 그가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동 하나하나들이 묘한 감동으로 나에게 스며들어 왔다.
교코라는 여성... 어쩐지 전형적인 일본 여성의 한 면을 보여주는 듯도 했다. 내 주위에는 어렸을때부터 늘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커가면서 가지게 되었던 그들에 대한 감정은 썩 좋은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런던의 일본레스토랑들에서 웨이츄레스로 일하면서 극대화 되었다.
하지만, 교코는 나에게는 원래 그런것...이라며 냉소지었던 일본 여성들의 모습을 굉장히 신선하면서 좋은 이미지로 바꾸어준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아마도 일본인이라는 작자의 관점에서 본 일본 여성의 이미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아, 여기서 류의 이상적인 여성관에 대해 엿볼 수도 있었던것 같다.) 암튼, 나는 지금 일본 여성 다시보기에 돌입했다. 그녀는 류에게서나 나에게서도 참으로 멋있는 여자이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느낀것은 다른 작품(내가 읽은 류의 소설이라고 해봤자 여태까지 겨우 세 작품에 지나지 않지만)들이 상황 묘사를 주로 해 나감으로써 글을 전개해 나갔던 것에 비해, 이 글에서 류는 사람을 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소설의 흐름을 이끌어 놓았다.
이것은 나에게 그가 '참 날카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동시에 그가 단순히 소설가뿐이 아니였다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더 없는 감동의..., <교코>. 참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