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전인가 책을 펼쳤다가가 첫장의 내용이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 였기에 책장을 덮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야 책을 잡는다. 나는 이미 아이가 둘인 아줌마,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면 큰일 나는 처지다. 헤어진다면 그것은 남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어느 날 불현듯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박완서 선생의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고 난 후다. 한국의 대표 여성 작가들이 쓴 산문집에는 분명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넘긴 책장은 내게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맡게 해 주었다.
 
나는 딱 한 번 공지영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대화도 몇 마디 나눴다. 영풍문고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착한여자'책도 받고 저자 사인회까지 가게 되었다. 기쁨 마음으로 싸인회 날 영풍문고에 갔다. 아마 그날은 토요일이었을 것이다. 공지영 작가님은 정말 미인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 두근두근.

내가 직장인이라고 하니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으셨다.

"컴퓨터 관련 일을 해요."

"컴퓨터 안해 봤는데"

"한번 해보세요. 재미있어요."

이때가 1997년 쯤이었으니 회사에서도 막 인터넷을 쓰기 시작한 시기다. 지금 트위터에서 맹활약 하는 공지영 작가가 이런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는 인터넷이나  PC통신도 해보시면 재미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던 것 같다. 기억이 믿을 것이 못되지만 그랬던 것 같다.

잘 생각해 보면, 사인회 당시 공지영 작가는 무척 슬퍼보였고 힘이 없어보였다. 뭔가 비장함도 느껴지고. 다른 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분명 그건 기억이 난다. 비장함. 그 후 공지영 작가의 인터뷰를 우연히 봤는데 두번째 결혼 실패 우 너무 힘들어서 '착한여자'를 탈고한 후 죽을 결심을 했다고... 그게 1996년 이라고 했다.

이때 인생의 바닥을 치고 올라 왔다고 했다. 아,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 같은 것은 비교도 안되는 아픔을 겪으셨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런 시절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듯 하다. 이런 큰 아픔은 다 극복하고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로써 작가로써 성숙한 한 인간으로써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나중에 내 딸에게 들려 줘도 좋을 이야기지만 내게도 그냥 읽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글이다. 작가의 방대한 독서량이 짐작 되고 작가가 감동받았다는 책의 대목에서 나도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점점 더 책에 빠져들었다. 소개된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돈을 벌어야 해'라는 글도 무척 인상깊다. 사회 생활을 해보면 알겠지만 돈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정말 중요하다. 와타나베 쇼이치가 <지적 생활의 발견> 에서 유명 저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풍족했기 때문에 위대한 저술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일갈했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충격적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공감된다. 지적인 생활을 위해 경제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퍼지기도 하지만 솔직히 맞는 말이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깊은 삶의 통찰이 들어 있는 아름다운 책, 이런 책을 만나서 추운 날씨에도 가슴이 너무나도 따뜻하다.

 

< 인상깊은 대목 >

p.20 안정되어 있는 것은, 설사 그것이 수백억 대의 재산이라 하더라도 하나도 없어

p.21 아름다운 교향곡을 여러 사람의 연주버전으로 소장하듯이 번역상의 오류와 차이들을 통해 그 작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은 욕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들

p.24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깨닫지 못한 사람과 미완성인 사람 그리고 무원칙한 사람과의 만남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p.31 너희들을 키우면서만큼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덕지덕지 붙은 내 욕망과 집착과 편견과 그리고 타성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없는 거 같아

p.34 엄마는 충분히 불행했음에도 변화하기가 두려웠단다. 왜냐하면 고통보다 더 두려운 것이 미지이기 때문이지.

p.42 태초부터 내가 사랑한 것은 남과 다른 너였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꿈꿔 온 유일한 미니벨이다. 따라서 어느 날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난지 아느냐?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할 수 없이 슬플 것이다. 영원히 눈물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p.44 어느 시인이던가 그런 말을 했다. '한 송이 수선화를 피우기 위해 온 우주가 협력했으니 지구는 수선화 화분이다' 라고

p.58 너도 그런 적이 있니? 가끔 책의 저자의 말투와 생각이 내 것과 너무 같아서 깜짝 놀라는 그때 말이야.

p.62 물론 내가 영원히 네 곁에 있지 못할 것이므로 지금 네게 편지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했다. 네가 아무리 나를 불러도 대답이 없는 때가 분명히 올 것이기에

p.64 우리는 나이 들수록 의문을 품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p,64 나는 네가 온전히 너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지 위해서는 너와 네가 사는 세상을 낯선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객관적인 눈으로 인생을 멋지게 설계하기 위해서 말이다.

p.72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을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p.76 인생은 모두 다음 두 가지로 성립된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할 수는 있지만 하고 싶지 않다.

p.81 엄마는 네가 무엇이 될까라는 생각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생을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젊은 날을 가지기를 바란다. 답은 그 과정 속에 있는 것이거든, 안소니 드 멜로 신부님도 진정한 삶은 도박꾼의 몫이라고 약간 과격하게 말씀하셨지.

p.124 황석영 선생의 아름다운 문장은 그 의미들과 더불어 젊은 시절 습작하던 엄마를 오래 잠못 들게 했단다.

p.141 진정한 교육은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스스로 그리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지

p.152 너무 할 말이 많아 나는 내 몸무게를 잃을 지경이었고 내 눈은 별이 가득 들어찬 우주와 그 우주 밖 무궁한 곳을 얼마나 헤매었는지

p.152 작가는 신을, 신의 창조를 닮으려고 한 불경의 죄 때문에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도 이분이었다.

p,154 엄마도 어느 날 시는 천재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때 시를 포기했다. 모든 예술에는 천재가 있다. 그런데 유독 천재가 없는 장르가 있는데 그게 내 생각에는 소설 같았어. 그건 나의 노력을 요구하는 거니까. 시간과 체력과 고통과 인내 같은 것들 말이야. 두꺼운 종이들을 다 글자로 채워 넣어야 하는 손가락의 끈질김과 엉덩이의 힘

p.154 모든 작가들의 삶은 파란만장하다. 설사 그들이 외멱적으로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삶을 살았다 해도 그래.  그 내부에서 이는 해일과 번개가 없었다면 그 긴 언어들을 줄줄이 꿰어야만 하는 밤들을 어떤 에너지로 태울 수 있었겠니?

p.155 단 한 사람의 독자에게라도 울분과 슬픔을 준다면 한 작은 생명이 받은 고통이 무마되려니

p.157 그건 오는 거야.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구. 유명한 곡, 유명한 그림, 어느 날 섬광처럼 내리친 영감에 의한 것이 많아.... 그런데 이 '오는' 영감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활자에 예민해 있어야 하고, 많은 글들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관찰하고 통찰한 데이터들이 머릿속에 있어야 해.

p.158 작가는 현실을 다루는 사람이다. 설사 공상이라 해도 현실의 요소들이 없다면 우리는 전혀 그것과 교감할 수 없어.

p.158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또 읽는데 소설이 혹은 글이 오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하죠? 그러면 엄마는 대답한단다.

         "네, 그러면 쭉 돈을 벌고 읽으며 살면 됩니다. 그것도 행복한 삶이니까요." 

p.165 자네 영혼의 밑바탕에는 갈등, 자네가 아닌 사람이고 싶은 동경이 숨어 있었어.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시련은 없네. 현재의 자기와는 달라지고 싶은 동경, 그보다 더 인간의 심장을 불태우는 동경은 없지.

p.221 요즘 사람들은 너무 정신없이 산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게게 될 텐데

p.223 철학이 있다면 헨니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일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그런 것을

p.224 엄마는 게가 그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의 부품 같은 사원이 되면 막연히 삶이 편안할 거라거나, 남들이 따고 싶어하는 국가의 자격증을 따면 평생 다른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해. 차라리 그보다는 우려가 되긴 하지만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낫겠지.

p.233 나는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야 했다. 나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그 모든 삶으로부터 떠나야 했다.

p.237 명심해라 딸. 어디든, 너를 부르는 곳으로 자유로이 떠나기 위해서는 네가 출석해야 하고 대답해야 하는 그보다 많은 날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매일 내닫는 한 발짝이 진짜 삶이라는 것을.

p.254 엄마가 너만 할 때, 엄마의 엄마들은 별로 사랑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직장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여자들이었어. 그래서 엄마의 세대들은 그 모든 것들을 그저 홀로 배워야 했단다. 엄마는 잘 사랑하는 것과 잘 헤어지는 것과 자신의 직업을 성취해 나가는 것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날마다 시행착어를 겪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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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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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의 산문집에서 묘한 친근감과 4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공감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 세대보다 10살 이상 많은 분이지만 요즘 20대와 대화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셨을 것이다. 지금 안 계신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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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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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수필집을 통해서 작가와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얼마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를 읽고 작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소설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소설은 잘 모르겠지만 에세이는 무척 재미있다. 유명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묘한 즐거움을 준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생각을 발견할치라면 그 기쁨은 몇 배가 된다.
박완서 선생의 산문집에서도 그런 친근감과 4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공감을 느꼈다. 우리 어머니 세대보다 10살 이상 많은 분이지만 요즘 20대와 대화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셨을 것이다. 지금 안 계신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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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만납시다
지그 지글러 지음, 이은정 옮김 / 산수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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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습관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습관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성격이라는 열매를 거두게 된다. 성격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운명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다보면 성공은 눈 앞에 다가온다.˝ 성공학의 바이블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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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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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글쓰기 책에서 강조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조금 식상하려는 찰나, 이 책에서 구체적인 글쓰기 해법으로 서평쓰기를 제시한다. 순수 창작물을 만들어 낼 내공이 부족하거나 `습작의 기억`이 필요하면 서평이 적격! 또 한가지는 포인트를 잘 잡아 구성한다면 보다 나은 글이 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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