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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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는 점은 "어? 평소에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에피소드를 읽으며 묘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지만 알고보면 60대 일본 아저씨인데 생각하는 것은 마치 40대 같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생각이 젊고 신선하다는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무척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그럴리는 없는데 말이다.
사실 일반인이 블로그에 적을만한 이야기들이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하니 뭔가 있어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솔직히 잘 판단은 안된다. 분명한 것은 유명 작가가 된 하루키는 정말 멋진 인생을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다. 아이도 없으니 외국도 마음내키는대로 가고 자유롭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면에서는 에쿠니 가오리도 마찬가지다. 무자식 상팔자를 몸소 실천하시는 두분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이 책은 그냥 읽는 동안 즐겁고 재미있다. 삶의 지혜나 성숙함도 엿보이고. 소소한 일상이지만 왠지 특별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하루키 라이프 스토리. 좀, 부럽다. 아, 부러우면 지는건데.

 

< 인상깊은 대목 > 

p.019 하지만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1달러만 주지 않겠습니까?" 하고 구체적으로 솔직하게 이미지를 제시하니 그것만으로도 남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p.026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간혹 참석했지만, 서른살이 넘은 뒤로는 친척의 결혼도 친구의 결혼도 전부 거절하기로 했다.

p.026 특히 문단 관계 파티는 대부분 고문이었다. 거길 가느니 차라리 어둡고 눅눅한 동굴 속에서 거대 투구벌레와 맨손으로 격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조차 있다.

p.030 주위에 있는 사람 전부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알몸의 슈퍼모델이라면 그건 꽤 무서운 체험이지 않을까?

p.032 마음 가는 작품을 마음이 갈 때 마음 가는 만큼 번역한다.

p.043 나는 여행이 잦은 데다 집에 있어도 반쯤 넋이 나가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생물을 책임지지 못할 것 같아 결국 금붕어 키우기는 포기했다.

p.050 일본에서 시저스 샐러드를 먹고 '음, 맛있군'하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아마 제대로 된 재료를 정량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간단한 요리일수록 섬세함이 필요한 법이다. 

p.074 편지뿐 아니라 일기도 쓰지 못한다. '어디에 갔다' '누구를 만났다' '무엇을 먹었다' 정도의 짦은 메모라면 수첩에 남기지만, 제대로 된 일기는 태어나서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적어도 자발적으로는.

p.088 이렇게 의식 수준이 높고 이상에 불타는 우리가 어른이 되니 세상이 나빠질 리 없겠지. 나쁜 것은 지금 저기 있는 어른이다.

p.103 비틀스와 비교하는 것은 쑥스럽지만, 회사란 '문제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남달리 개성이 강한 것, 전례가 없는 것, 발상이 다른 것, 그런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p.112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아줌마가 다 됐네" 라고 말하는 순간(설령 농담이나 겸손이었다 해도) 그 사람은 진짜 아줌마가 돼버린다. 일단 입 밖에 낸 말은 그만한 힘을 발휘한다. 정말로

p.122 심농 씨 본인은 노벨문학상을 노렸던 모양인데 결국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건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삼 년 전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심농이 섹스마니아였다는 것은 전설이 되어 문학하에 찬연히(는 아닌가) 빛나고 있다.

p.127 여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로 귀찮고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내서 떠난 만큼의 가치가 있다.

p.136 각종 문학전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독파했다. 중고교 시절 동안 나보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p.142 문명이라는 것은 뭔가 신기하다. 한 가지 편리함을 주면서 새로운 부자유도 한 가지 만들어준다.

p.147 외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상대에게 의사를 전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p.154 이러한 점이 각종 건강보조제의 문제점이다. 먹은 결과와 먹지 않은 결과를 공정하게 비교 대조할 수가 없다.

p.158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가게는 대체로 머잖아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리고 지금은 죄다 '스타벅스' 천지다.

p.163 다만 변명이 아니라, 세상에는 오역보다 훨씬 나쁜 것이 있다. 그것은 읽기 힘든 나쁜 문장으로 나열된 번역과 맛이 결여된 지루한 번역이다.

p.172 그런데 가장 멋진 것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이다. 구름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p.194 어학은 악기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인 재능과 자질이 크게 좌우한다는 말이다... 영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와 스페인어와 스웨덴어와 광둥어와 일본어와 한국어를 어색하지 않게 하는 사람을 보면 일단 내 자신이 초라해진다.

p.208 "일본에서 대부분의 남성독자는 남성작가의 책을 읽고, 대부분의 여성독자는 여성작가의 책을 읽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p.218 지금까지 인생에서 정말로 슬펐던 적이 몇 번 있다. 겪으면서 여기저기 몸의 구조가 변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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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도쿄여행
우대식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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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은 신선한데 책이 너무 얇고 편집이 거의 초보 블로그 수준이다. 지하철 노선도도 분리 안되는 스타일인데 이럴거면 왜 넣었는지. 더 알차게 내용을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읽을 거리가 너무 없고 정말 편집이 아닌다. 서점에서 한번 보고 사기를 추천. 가볍게 참고로 하기에 내용은 썩 나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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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 우리 시대 10인의 멘토
홍상진 지음 / 북포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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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인터뷰를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들과 일면식도 없다는 것은 이 책에서 아주 특별함을 찾을 수는 없다는 말과 동격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인용이 도리어 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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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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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신선하다. 유쾌한 통찰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누구보다 이 시대의 젊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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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 아스카.나라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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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아스카를 여행하는 그날, 이 책을 꼭 품고 가야겠다. 일본 번역편이 일본인들에게도 많이 읽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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