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2년 전 쯤 서점에서 한번 들춰 본 적이 있다. 앞에 나오는 단편소설 <마코토>는 거의 다 읽고 가운데는 다 사진이고 책의 반 정도가 여행기였다.  

당시에 김영하가 누구인지,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도 모르고 "여행 작가가 습작으로 쓴 소설 치고는 꽤 괜찮네."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야 스스로 어이없어하고 있다.

마코토도 다시 읽고 싶어졌고 김영하라는 작가가 바라본 도쿄도 보고 싶어서 책을 샀다.

 

롤라이35를 들고 도쿄의 거리를 걷는 동안 내 몸은 카멜레온처럼 빛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필름카메라. 노출 스피드 조절 안됨. 초첨이 맞는지는 인화 해봐야 알게 됨. 김영하의 도쿄 동반자인 롤라이35는 불친절하다.

하지만 불친절한만큼 더 신경을 쓰게 만들고 온 몸의 감각은 더 예민해진다.

우리는 여행을 가서 카메라를 들고 찍다가 문득 불안해진다.

이 시간에 진짜를 더 보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이런 고민에서 작가는 조금은 더 자유로웠을것이다.

 

도쿄애선 모든 것이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고 주의 깊게 조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고 모든 사물이 마치 행성들이 제 궤도를 따라 공전하듯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도쿄에서 일본 맥주를 먹는 것은 그래서 어디에서도 대체가 불가능한, 유니크한 경험이다. 도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기린과 아사히, 삿포로 같은 일본의 맥주들이 떠오른다.

작가는 도쿄의 최고 수준 생맥주에서 메이지 유신 이래로 지향해온 탈아입구의 정신을 본다.

일본사람들을 분명 유럽이나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을 의식 저변에 깔고 있다.

또한, 동경에서 끝나지 않고 철저하게 그들을 연구하고 좋은 점은 받아들인다.

 

우리는 도시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행안내서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서양사람들이 인식하는 도쿄는 우리와 그 궤를 달리한다. 오리엔탈리즘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아직도 서양사람들이 쓴 여행서에는 오리엔탈리즘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우리의 여행서는 점점 먹자, 놀자판이 되어 가고 있다. 둘 다 지지않는 강호의 쌍벽이다.

 

취향과 고집을 가진 주인과 물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그가 권하는 물건을 믿고 가져올 수 있는 상점들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도 먹고 살만큼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성의 상실이다. 동네 가게들은 모두 프랜차이즈로 옷을 바꿔입은지 오래다. 작가는 이것은 신뢰의 문제인데 도쿄는 이런 신뢰 비용이 낮은 도시라고 말한다.

개성있는 일본 가게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된다. 명동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높은 임대료는 작지만 아름다운 가게들을 다 몰아냈다.

그것은 쇼핑이면서 동시에 산책이고 산책이면서 동시에 도시와 나누는 특수한 방식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이런 특수한 대화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도쿄라는 도시가 꾸는 한 편의 꿈, 그것은 오다이바

오다이바는 작가의 말처럼 "유럽을 재현하되, 유럽에서 불쾌한 요소는 다 제거하고 환상만을 남겨둔 곳, 근대 이후 일본이 제창해온 탈아입구의 쇼핑몰 버전" 이다.

작가의 통찰에 그저 대단하다고, 그리고 막연하게 느꼈던 느낌들을 정리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여행기에는 이런 작가의 숙성된 생각이 담겨야하지 않을까.

오랫만에 괜찮은 여행기를 읽어서 주말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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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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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천재의 비밀을 본 것 같아 뿌듯하다. 한자를 어릴 때 많이 공부하셨다는 사실, 일본어, 영어는 물론 다른 언어도 능통하고 특히 시와 책을 많이 읽으셨다는 이야기에 역시라고 감탄. 그러면서도 너무 겸손한 글에 또 놀라고. 많은 사람들의 동경하는 삶을 살다 가셨다. 그 즐거움이 책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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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공부 -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켄 베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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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창조하는 모든 것은 우리 안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나에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폴 베이커 교수가 가장 강조하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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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힘 -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가 전하는 궁극의 학습법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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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 지혜라는 말은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일을 하다보면 이 암묵적 지혜의 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아이에게도 이러한 암묵적 지혜를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학창시절에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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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힘 -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가 전하는 궁극의 학습법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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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몰라도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최소한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철저히 암묵적 지혜를 발달시키는 학습을 할 것을 권한다. 각종 시험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학습해야 한다.˝ 완전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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