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첫 부분부터 작가가 밝혔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깊었다. 소설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는 신선함을 느꼈다. 책은 인터뷰 형식과 강연 내용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질문과 답 형식의 구성도 읽기도 편하고 내용도 무척 잘 파악되어서 마음에 들었다.

힐링캠프의 강연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고 인상적이었다. 나도 방송은 못 봤지만 페이스북에서 요약한 내용을 본 듯 하다. 한 군부대 강연에서 어떤 병사가 작가에게 질문한다. 제대를 앞둔 병장인데 자기는 집안 형편도 어렵고, 소위 말하는 스펙도 변변치 않고, 학벌도 시원찮은데, 자기 같은 젊은이가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김영하 작가는 병사에게 말한다.

 

"음, 잘 안 될 거예요."

 

작가는 경제성장률이 10퍼센트를 넘나드는 시절을 지내왔다. 그래서 소위 임관도 쉽게 포기했고 작가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습작보다는 취업에 뛰어들어야만 했을 거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만큼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잘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해도 살기 힘든 시대, 그러면 이런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작가는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원래 소설을 잘 안 읽고 읽어도 재미를 잘 못느끼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생각을 많이 바꿨다. 원래 소설을 읽고 즐기는 것은 어렵다는 말도 무척 마음에 와 닿는다. "소설을 즐기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른다. 항상 궁금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소설이 재미없을까. 감성근육이 약하기 때문이다.

 

"견고한 내면을 가진 개인들이 다채롭게 살아가는 세상이 될 때,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다양해질 겁니다."

 

한국은 성공의 기준이 너무 단순하고 편향적이다. 역시 너무 빠른 발전으로 사회의 성숙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 책 <말하다> 가 나는 전작 <보다> 보다 더 마음에 든다. 아니, 전작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 동안 나의 독서 근육이 두꺼워졌는지도 모른다. 맞어, 맞어 하면서 읽은 대목이 많다. 책은 너무나도 잘 읽힌다. 어떤 책은 단지 나의 주장만을 펼친다. 지식의 나열에 다름아니다. 읽다보면 진도도 안나가고 조금 지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구어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정말 내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생각을 잘 정리하고 나온 말이어서, 그러니까 완전히 소화된 내용을 우리에게 아주 잘 말해줘서 너무나도 잘 받아들여진다.

 

"나, 고유한 나, 누구에게도 털리지 않는 내면을 가진 나를 만들고 지키는 것으로서의 독서."

 

독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역시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서평은 내게는 무리다. "남에게 요약하거나 발췌하여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소설이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이 책도 그냥 요약 발췌로는 부족하다. 정말 내용이 좋다. 그냥 난 참 좋았다. 이 책을 계기로 내 인생이 조금 바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소설을 더 많이 읽고 깊이 있게 읽겠다는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 인상싶었던 구절을 정리하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

 

P. 038 마흔이 넘어서 아렉 된 사실 하나는 친구구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P. 042 스티브 잡스가 문화나 예술, 혹은 기술에 정말 큰 기여를 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저로서는 그런 열광이 기이하게 보였습니다.

P. 057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P. 067 문예창작과 같은 데서 학생들에게 너무 일찍. 너무 많이 쓰도록 강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완성된 소설을 강요하기보다는, 인물 묘사 열심히 하고 책 많이 읽으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에요.

P. 070 아이들은 예술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을 알고 있습니다.

P. 080 사실 우리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에요.

P. 082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늘 오래된 이야기를 제 버전으로 다시 쓰는 데 흥미를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을 읽습니다.

P. 084 작가가 되는 데 책은 거의 백 퍼센트의 역할을 하죠. 오직 책만이 한 사람을 작가로 만듭니다. 경험도 아니고, 주변 사람도 아니고, 정말 책만이 온전하게 작가를 만든다고 저는 생각해요.

P. 092 남에게 요약하거나 발췌하여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런 소설이 최고의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P. 102 인간이 뭔가를 할 수 있고 세계도 바꿀 수 있고 그 밖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저는 그 반대에 있어요

P. 103 하루종일 책을 읽지요. 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요. 그리고 사회적인 접촉면은 아주 최소화되어 있습니다.

P. 121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P. 133 이미 예술 학교에 들어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여기 있는 4년 동안 여러분의 임무는 여러분 내면에 있는 어린 예술가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잘 보호해서 무사히 데리고 나가는 것이라고요.

P. 135 만약 글쓰기가 즐겁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우리를 해방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P. 139 "나는 나의 서가를 둘러보고 거기에 없는 책을 쓴다." 또 어떤 작가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쓴다고 말했죠.

P. 142 단편을 쓸 때는 이런저런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써요..... 제가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장편을 하나 끝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요. 전 일기를 쓰기 때문에 알 수 있거든요.

P. 152 소설에서 경험한 것이 어린 나이에는 특히나 잘 잊히지 않아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까지도 그 생각을 하게 됩니다.

P. 158 소설을 많이, 깊이 읽는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다양한 인물을 알고 있는 사람, 겪어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P. 170 책상 앞에 앉아 되든 안 되든 소설을 주무르고 있을 때가 가장 좋고, 아니, 그때만 좋습니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P. 188 소설을 쓰는 동안 작가 스스로 납득이 잘 되지 않으면 힘이 떨어져요. 내가 이걸 왜 써야 되는지, 이걸 쓰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끝없이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죠.

P. 188 쓰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를 더 쓰고 싶었죠. 금기를 깰 때의 짜릿함 같은 것도 있었고요.

P. 193 그런데 저는 하나의 인물이, 비록 소설 속이라 할지라도, 역사를 체현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P. 199 저는 필사가 습작 시기의 좋은 수련 방법이라는 생각에 반대해요.

P. 214 그에 반해서 토종 한국인 중산층 가정의 학생들은 지나치게 평준화되어 있어요.

P. 220 ​1990년대 초반에 이들을 만나며 깜짝 놀란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자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P. 231 작금의 한국문학은 한류는 고사하고 오히려 '몰려오는 일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P. 237 그래서 전 '더 잘 만들어서' 한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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