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블로그 이웃 분 중에 일본 소설이나 에세이를 굉장히 다독하시는 멋진 분이 계신다. 덕분에 꽤 좋은 책을 많이 소개받는데 이 책은 그 분께 소개 받은 책은 아니지만 막 읽으려고 책장에서 빼 놓았을 때 그 이웃분이 이 책을 소개했다. 굉장한 우연! 주말에 신나게 책을 읽었다.

여기서 잠깐. 로쟈 이현우씨가 한 말을 인용하면 서평이란 "어떤 책을 읽고 싶도록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 한 가지, 서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독서량을 보완하여 어떤 책을 거의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도와준다." 라고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싶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 그만큼 이 책이 내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보통 소설가의 에세이라면 그 작가의 소설을 읽고 마음에 들어 작가에 대한 호기심에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고 이 에세이가 처음이다. <골든슬럼버>가 영화화 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는 1971년생으로 나와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서 이것도 내게는 무척 구미가 당기는 요소였다. 사실, 요즘 일본 작가들의 에세이를 집중적으로 읽고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일본인의 생각을 알고 일상 생활에 대해 아는 데 에세이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다소 주관적인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에세이를 내서 번역되는 경우는 없으니 작가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무척 좋은 방법이라고 혼자 생각하고는 있다. 또한 일본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는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서 작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도 찾아서 보곤 한다. 누가 뭐라해도 일본은 출판 대국,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작가들이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런 점에서도 이 책 <그것도 괜찮겠네>는 나의 엉뚱한 목적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 가득했다. 이 책은 작가가 첫 책을 발간하고 10주년을 기념해서 그 동안 발표한 에세이들을 모아서 낸 첫 에세이 집이다. 띠지의 광고에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따뜻한 작가로 꼽는 이사카 코타로"라는 카피를 읽고, "엥? 정말일까?"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한 번 보냈는데 에세이를 읽고나니 "아, 정말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의 첫 부분에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작가의 아버지도 상상력이 풍부한 다소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분으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작가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10대 시절 아버지가 주신 책의 띠지에 적흰 말에 자신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사카 코타로는 카페에서 작업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나도 가끔 일 때문에 카페에 혼자 앉아 있으면 듣지 않으려 해도 들리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서 저절로 귀가 쫑끗한다. 이런 일을 작가도 매우 즐기고 있는 듯 보여 동질감까지 느껴졌다. 작가가 읽은 많은 책들, 영향을 받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와, 나도 읽어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면 대부분 영미권 작품에 대해 언급하는데 이사카 코타로는 전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이야기한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적어놓기도했지만 어쨌든 솔직히 이 점도 난 마음에 든다. 한국 작가가 한국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이 더 좋아 보이는 것과 비슷하려나? 내가 편협한 시각을 가진것인지 모르지만 그냥 그렇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라는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라거나 오에 겐자부로의 <외치는 소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몇 번이나 언급한다. 대학 시절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다 섭렵하면서 독서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등 작가는 무척 겸손하다. '가장 따뜻한 작가'라고 불리는 이유는 가식이나 꾸밈이 없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사카 코타로는 영화와 음악도 무척 즐기는 듯 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도라에몽이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고 20여 년 만에 <도라에몽>을 다시 읽으면서 작품의 수준에 다시 놀랐다는 이야기에서 우리와 비슷한 세대인 일본인들이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단편적이나마 조금 알 수가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정신없이 만화를 읽었던 경험들도 많이 언급하는데 <주간 소년 점프>를 '당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말한다. 우리는 '보물섬'이었으려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흥미를 끌었다. 작년에 일본의 신예 소설가인 아사이 료가 내한해서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 한적이 있는데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말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항상 일본의 작가들은 글만 써서 좀 먹고 살만한가하고 궁금했는데 이사카 코타로도 그런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신인상을 받은 후 한동안은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했다고 한다. 담당편집자의 충고가 '3년 동안은 회사를 그만두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자신도 책의 인세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그 중압감에 도리어 작품 구상이나 집필은 더 어려워 질 수 있기에. 하지만 결국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출간된 책은 한 권밖에 없는 무명작가였는데 말이다. 그 때 힘이 된 것은 아내의 한마디였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 매진해볼까?" 라는 말에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 라고 아내가 말해 준 것이다. ​처음으로 한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혹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추천을 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에세이 끝 부분에 적힌 작가의 말은 지금의 나에게 해 주는 위로로 들려서 가슴에 많이 남는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날그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보면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는냐' 작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