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팔 수 없는 것은 없다 - 일본 소매업의 신화, 도큐핸즈에게 배우는 장사의 기술
와다 겐지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도큐핸즈> 매장에 가 본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솔직히 최근에는 도큐핸즈를 자세히 본 적이 없지만 일본 유학시절 신쥬쿠 도큐핸즈 매장에 일주일에 한 번은 갔던 것 같다.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뭔가 더 전문적이고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물건의 종류도 엄청났고 '이런 물건까지 판단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희안한' 물건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가도 질리지 않고 자꾸 가게 되는 신기한 매장이었다. 한국에 사는 일본 친구들은 "한국에는 도큐핸즈 같은 매장이 없어 아쉽다"라는 말을 한다. 왜 도큐핸즈 같은 매장은 한국에 안 생기나 의문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약건 애매한 시기에 써진것 같다. 저자인 와다 겐지는 현재 도큐핸즈의 직원이 아니고 그만둔 상태다. 도큐핸즈는 명성도 예전에 미치지 못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가 이야기한다. 이 책은 결국 도큐핸즈의 성공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도큐핸즈가 원래 가지고 있는 소매점으로써의 성공 인자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 도큐핸즈는 분명 일본 소매업의 신화를 써왔기 때문이다. 도큐핸즈를 예로 들어 향후 소매점들이 갖추어야 할 요소에 대해 말해준다. 

 

소비자가 쇼핑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지금의 소비 부진을 해결할 열쇠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다. 단지 물건을 사기위한 장소를 뛰어넘는 소매점이라야 고객이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척 중요하다. 나는 우리 동네 대형 슈퍼를 정말 싫어한다.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가고싶지 않다. 왜냐하면 1년이 지나도 갖추고 있는 상품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쇼핑을 하는 즐거움"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양상추가 마음에 안 든다고 아무리 말해도 절대 다른 거래처 상품으로 바꾸지도 않는다. 장사의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다. 

 

됴큐핸즈는 '손님의 제안'을 가장 중요시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우선시함으로써 고객의 신뢰와 지지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도큐핸즈는 요즘 인터넷 쇼핑몰이 구사하는 방식인 '롱테일' 을 실현한다. 많이 찾지 않더라도 다양한 종류를 보유해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결코 실천하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팔리는 상품만 가져다 놓는 것이 일반적인 상점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을 유지하는데는 맨파워에 의존하는 도큐핸즈의 특성이 큰 역할을 한다.

 

일본의 또 다른 유명 소매점 <무인양품>은 매뉴얼에 의한 경영으로 유명하다. 매뉴얼에 의해 신입사원이라도 쉽게 일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사람에 의한 업무 공백을 없앤다. 도큐핸즈는 완전히 반대다. 저자는 매뉴얼에 의존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며 결국 비용을 줄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개성있고 뻔하지 않은 소매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뉴얼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한다. 맨파워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판매 직원에게 이러한 자율성, 권한이 부여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직원의 개성을 그대로 매장에서 실현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실제로 매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마치 "축제를 즐기는" 기분으로 업무를 했다고 한다. 철저한 현장주의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읽고서야 도큐핸즈가 한국에 못 들어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직원은 도큐핸즈의 기본 컨셉자체를 흐리게 한다. 한국에서는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매점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모습은 활력인데 대표적인 매장으로 스웨덴의 이케아를 꼽는다. 이케아는 철저한 디자인 콘셉트가 특징이다. 도큐핸즈는 철저한 '기능 추구'상품을 제안한다. 도큐핸즈는 그동안 압도적인 상품량으로 엔터테인먼트성을 획득하며 소매점의 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매업의 부활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지금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필요하니까' 사는 것이 아니라, 쇼핑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원하고 있다. 쇼핑을 즐기고, 쇼핑으로 기분전환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한국형 도큐핸즈를 기대해본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