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가 - 1,000억의 가치를 지닌 콘셉트의 힘
에가미 다카오 지음, 신상목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무인양품이 취급하는 상품은 7,000품목 이상. 분야도 다양하다. 흔히 지우개에서 집까지 다 판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마케팅적 시각에서 보면 이건 큰 사건이고 상식을 벗어났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무인양품은 브랜드파워가 떨어지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준다.

답은 바로 '콘셉트'다. 무인양품은 콘셉트가 탁월하다.

 

무인양품은 가장 훌륭한 콘셉트의 예로 등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예시는 무인양품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 일본과자전문점 도라야, 포르쉐, 후지필름 등이 콘셉트와 관련한 좋은 예를 가진 회사로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무인양품과 스타벅스를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데 독자로써 무척 공감이 갔다. 평소에 무인양품과 스타벅스는 왜 탁월한지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정보를 얻고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일 때문에 스타벅스를 자주 갔는데 다른 커피숍과는 다른 분명한 콘셉트가 느껴졌다. 그것은 바로 "스타벅스에서는 오래 앉아 있어도 전혀 눈치를 볼 일이 없다"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스타벅스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일치한다.

 

"스타벅스가 빨리 마시고 빨리 나가야 하는 그런 커피전문점이라면 더 이상 스타벅스가 아니다.... 경쟁업체들이 '따라 할 수 있지만 따라 하기 싫은' 비합리적인 방식이 바로 스타벅스의 커다란 '보이지 않는 강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러분의 '보이지 않은 자산'을 고민해 보자."

스타벅스는 직영방식을 고집한다. 이런 방식이 있기 때문에 주인 눈치를 안보고 손님은 오랜 시간 스타벅스에 머물면서 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가게 규모도 크다. 동네 작은 커피숍에서는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방법이다. 무인양품도 마찬가지다. 7.000품목을 팔지만 ​저자는 '단 하나의 상품'을 팔고 있다는 말로 무인양품 콘셉트의 탁월함을 극찬한다. 그 상품은 바로 '기분 좋은 생활' 이며 저자의 말을 빌리면 '적당히 미의식이 있는 생활' 이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쳤다. 무인양품의 제품은 아주 싸지고 지극히 고가도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물건을 가지고 싶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무인양품에서는 디자인이 꽤 괜찮고 실용적이면서도 가격은 많이 부담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이다. 무인양품 홈페이지 회사 소개에 나오는 '~으로도', 즉 '무인양품으로도' 어느정도 미의식이 있는, 남에게 보여줘도 그리 빠지지 않는이라는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 이것이 콘셉트의 힘이다. 

무인양품뿐 아니라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이나 디자인이 훌륭한 상품들, 그리고 일본의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CF들을 보면서 일본의 저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외부의 시각을 일상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은 일본 사회에서는 이런 능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 일본에는 저자와 같은 수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직업적으로 서구유럽인과 같은 시각을 가지도록 훈련을 받아왔고 결국 그들과 같은 시각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역시 인적 자원의 우수함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무인양품은 유럽에도 수출되어 팔리고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매장이 많이 생겨서 성업중이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본은 오래된 기업이 유난히 많은 나라다. ​창업한 지 100년 이상 된 기업이 2002년 시점에서 1만 5,000개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 남는 기업은 회사의 이념(콘셉트)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잘 생각해보면 딱 맞는 말이다. 일본의 시니세(전통 있는 오래된 가게) 중에 콘셉트가 확실하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어보인다. 저자가 예를 든 일본전통과자 회사 '도라야'의 콘셉트는 아주 간결하다. '맛있는 일본과자를 즐겁게 드실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점심때 여러 명이 밥 먹으러 가면 다짜고짜 "메뉴를 통일해야 빨리 나와요."라고 말하는 시시한 가게들에게서는 이런 콘셉트를 절대 찾을 수 없다. 콘셉트는 복잡할 필요도 없다. '도라야'처럼 누가 봐도 명확해야 한다. 콘셉트는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한다면 반드시 이 콘셉트라는 개념을 잘 짚고 넘어가야한다. 책을 쓸 때도 콘셉트는 정말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콘셉트가 중요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무인양품이 왜 싸지도 않은데 잘 팔리는지 알고나니 정말 개운하다. 한 수 배운 느낌이다. 콘셉트의 힘, 결코 놓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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