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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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쓰기책들과 다른 점은 프랑스 인물이나 관련 예시가 많은 점이다. 고종석 작가가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을 프로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특별한 경험이나 지식을 강의나 책에 녹여내서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니 신선한 멋이 있어 좋다. 글쓰기 강연을 활자로 풀어낸 것이라 강의를 실제로 듣는 느낌이 든다. 고종석 작가도 기자 출신이지만 예전에 현직 기자 분의 글쓰기 강의를 들었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 나온 '글쓰기 실전' 부분이 당시에 글쓰기에 도움이 된 내용과 비슷한 유형이라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의외로 맞춤법 검사기에서 글쓰기를 많이 배우는데 책의 '글쓰기 실전' 부분에서 저자가 조심하라고 일러준 내용이 검사기에 자주 걸리곤 한다. 역시 실제로 써보고 고쳐보고 맞춤법 검사기도 돌려보는 것이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다. 다른 글쓰기 책에서 필사를 만히 강조한다. 아예 필사에 대한 내용만 다룬 책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쓸데없이 필사하지 말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잘 쓰인 글을 많이, 되풀이 읽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에 대한 내용에서 '오늘날 대부분의 국어학자들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같은 가족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라고 했는데 좀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003년 <총, 균, 쇠>의 개정 증보판이 나오면서 게제된 추가 논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실제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 나타나는 유사성에서 일반 문법 체계와 기본 어휘를 약 15% 정도 공유하는 데 그치는 것과 한국어와 일본어가 분리된 시기가 맞지 않아 그 이유를 분석했다. 결론은 일본에 전해져 현대 일본어의 기원이 되었던 한반도의 언어는 현대 한국어의 기원이 된 신라의 언어와 크게 달랐으리라는 것이다. 즉, 일본에 전달된 언어는 우방이었던 백제의 언어이고 현대 한국어의 기원은 신라의 언어인데 삼국시대 당시에 이미 두 언어가 큰 차이가 있었다는 학설이다. 이 내용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에도 인용 되어 있다. 일본이 한국 도래인들에 의해 문화가 융성했다는 것은 거의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면서 한국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을 밝히지 못하면 뭔가 찜찜한데, 이 학설이 진실이라면 어느 정도 의문은 풀린다.
​창작적 글쓰기에는 상대적으로 교양과 지식이 덜 필요할 수도 있지만 허구가 아닌 산문들, 우리가 흔히 에세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글들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속적 교양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서, 순수 문학은 아무래도 타고난 역량이 중요하고 산문은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글쓰기의 중요성은 높아져 갈 것이다. 가끔 이런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서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더 잘 써야겠다는 결심을 다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상적인 대목>
​P.015 순전한 이기심이라는 건 말 그대로 돋보이고 싶은 욕망입니다. 나는 이렇게 똑똑하다는 겁니다. 좋은 글을 쓰면 남들이 알아주니까요
P.029 롤랑 바르트는 '그것이 아니다. 텍스트는 텍스트고 사람은 사람이다. 이미 텍스트가 던져진 순간, 그 텍스트의 주인은 저자가 아니다. 그 저자와 완전히 분리해서 해석해야 한다. 이게 바로 새로운 비평이다.'라고 주장했습ㄴ다.
P.043 글쓰기 능력이라는 건 타고남의 부분이 굉장히 적은 것이다. 압도적으로 노력과 훈련의 결과다, 그런 뜻입니다.
P.043 남의 글을 쓸데없이 필사하거나 하진 마십시오. ... 저는 그게 글쓰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것보다는 그 시간에 자기 글을 쓰고, 무엇보다도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말 잘 쓰인 글을 많이, 되풀이 읽는 게 중요합니다.
P.093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언어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학자 두 사람을 꼽으라면 페르디낭 드 소쉬느와 놈 촘스키일 것입니다.
P.154 객관적인 글에서, 많은 독자가 보는 글에서 자기 처지와 주관에 따라 호칭을 하면 안 됩니다.
P.155 '우리나라'는 반드시 '한국'이라고 써야 합니다. 저널리즘이라는 건 모두에게 다 개방돼 있는 것입니다.
P.225 '그렇게 철없게'에서 '게'가 반복됩니다. 제가 다시 쓴다면 '그리 철없게'라고 바꾸겠습니다. 끝이 비슷비슷하게 끝나는 말을 반복하지 마세요. 글이 아주 추레하게 보입니다. 못쓴 글처럼 보여요.
P.257 '~하는 이유는 ~ 때문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은 완전한 오문입니다. 그런데 저런 표현을 굉장히 많이 씁니다. ...'이유는 ~에 있다'거나 '이유는 ~ 것이다'거나 '이유는 ~ 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해야 합니다.
P.267 연도나 시기를 표기하는 말에 '에'가 없어도 뜻이 통하면 빼는 것이 좋다는 말씀, 여러 번 드렸습니다. '1948년에 제정된'은 '1948년 제정된'으로 고치는 게 좋겠습니다.
P.297 '의미 가운데 하나가'에서 '가운데'는 빼버리세요. '의미 하나가'로 충분합니다.
P.324 구스타프 람스테트라는 핀란드 언어학자 - '아! 자신이 없다, 한국어와 일본어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이 없다'고 했습ㄴ다. 기초어휘에서의 음운 대응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걸 확인한 겁니다.
P.324 이남덕 선생은 <한국어 어원연구>라는 책을 네 권인가 썼습니다. 이 양반은 일관되게 한국어와 일본어가 자매언어라는 가정 아래 굉장히 많은 음운 대응의 예를 듭니다. 이 책은 역저라고 할 만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국어학자들은 일본어와 한국어가 같은 가족이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P.373 창작적 글쓰기에는 상대적으로 교양과 지식이 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허구가 아닌 산문들, 우리가 흔히 에세이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글들을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속적 교양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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