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있다고, 하루키가 고백했다 - 말의 권위자 다카시가 들여다본 일본 소설 속 사랑 언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윤정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그리고 나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랑은 몹시 복잡한 곳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주위의 풍경에 마음을 쓸 여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이토 다카시는 문학부 교수인데 그동안 문학에 대한 책은 거의 안 낸 것 같다. 이 책이 그나마 문학에 대한 책이긴한데 솔직히 다른 책들이 더 재미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책이라든지. 최근에는 <잡답이 능력이다>가 한국에서 인기였는데 사이토 다카시는 남들이 평범하게 생각하는 것을 특유의 통찰로 잘 잡아내서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나 메시지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대단한 작가다.
제목처럼 3분의 1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나온 사랑의 언어들에 대한 분석이다. 이 부분은 좀 읽을만하고 다른 부분은 너무 많은 책들에 대해 짧게 분석해서 밀도가 떨어진다. <지금 만나러갑니다>는 소설은 안 읽었지만 영화와 드라마까지 다 볼 정도로 감동적이고 정말 볼 만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이리 인기가 있을까하고 궁금하다면 약간의 힌트를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10년도 전에 배두나가 주연한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이 봄날의 곰이 '상실의 시대'에 나온 대화인 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대학생 때 책을 읽었으니 기억이 안나는 것이 당연한건지 대충읽은 건지. 재미있는 건 이 '봄날의 곰'이 도화선이 되어 상실의 시대가 초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설이다. 일본 친구들에게 확인을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이 봄날의 곰이 광고 카피로 나와서 빅히트를 쳐서 소설이 폭발적으로 팔렸다고 이 책에 나와 있다. ​조만간 다시 하루키의 신작 <여자가 없는 남자들>이 국내에 출간된다고 한다. 다시 붐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하루키는 본인이 쓴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쓴 하루키에 대한 책도 무척 다양하게 나온다. 얼마전 서점에서 보니 하루키가 사는 곳, 하루키와 관련된 장소를 돌아보고 쓴 책도 있었다. 이 정도되면 작가가 굉장한 하루키 팬이구나 싶다. 어쨌든 하루키는 문제적 작가이며 연구대상이다.
< 인상적인 대목 >
P.014 이 소설은 상실과 재생의 측면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모색하지만 하루키가 밝혔듯,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의미를 둔 수준 높은 연애소설이다.
P.018 사랑을 속삭일 때는, 여자에게 무언가를 말할 때는, 발언이 본질을 꿰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이어야 감동이 크다.
P.019 세상살이가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나가사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자."
P.022 사람은 삶에 대한 애착이 엷을 때, 기묘한 매력을 풍긴다. 누군가가 하루키의 소설은 무수한 죽음을 위한 진혼곡이라고 표현했듯, 모든 게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P.024 하루키는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만큼 센스 있고 세련된 비유를 사용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군더더기가 없이 매끈하고 응축되어, 언뜻 보기에는 아주 쉽게 쓰인 것 같지만 대충 써 내려간 글이 아니다. ... 정확하게 추측할 수 없지만 이해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은 보통의 표현 능력으로는 만들어 내기 어렵다.
P.043 "얼마만큼 좋아?" "봄날의 곰만큼 좋아." 봄날의 곰이라니. 누가 감히 이런 표현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일본에서 이 표현이 광고 카피로 사용되면서 <상실의 시대>는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다.
P.051 왜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할까? 아마도 그것은 하루키의 타인도 자신도 떠밀어내는 듯한 드라이하면서도 쿨한 문체에 있지 않을까 싶다.
P.053 하루키는 일상 대화에서 사용하는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P.054 요즘 소설들은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말투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는데 그런 말들은 리얼리티는 살아 있을지 몰라도 임팩트 측면에서 볼 때는 김빠진 맥주처럼 밍밍할 뿐이다. 하지만 하루키가 만들어 놓은 '나'의 말은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영화 대사처럼 차지고 임팩트가 있다.
P.065 정확한 사실에 입각해 구체적인 숫자와 지명을 들먹이는 것은 속상임의 깊이와 색감을 한층 풍부하게 하며, 지성과 교양이 드러남과 동시에 쿨하고 객관적인 느낌까지 강조된다.
P.068 덧붙이자면 그녀에게 적합할 만큼, 이라는 표현은 하루키만의 문체 특징인 번역체 느낌이 잘 드러나 있다
P.097 우리들이 확실하게 지각할 수 있는 것은 현재라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셈인데. 그것조차 우리들의 몸을 그저 스쳐 지나갈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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